[강산 칼럼] 앙리 루소의 편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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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앙리 루소의 편지④

문화매거진 2025-08-22 11:45:41 신고

[강산 칼럼] 앙리 루소의 편지③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이제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정통’과 ‘비정통’을 나누고 ‘제대로 된’ 화가와 ‘아마추어’를 가릅니다. 그리고 당신들 중 많은 이들이 나처럼 비웃음을 들을 것입니다. 평론가가 당신의 작품을 발로 그린 것 같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웃음 속에서도, 냉소 속에서도, 당신의 세계는 당신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나를 비웃던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조차 나의 색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법칙은 나의 법칙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온 세상을 액자 안에 담아내는 주인공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완전히 자유로웠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하길 바랍니다. 시장의 유행, 학문의 규칙, 누군가의 조언조차 당신의 붓끝을 대신 움직이게 하지 마십시오. 세상이 뭐라 하든, 웃기든, 놀리든, 심지어 외면하든, 당신의 그림 속 세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 the dream, 1910 / 앙리의 섬세하고 성의있는 그림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고 한편으로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 the dream, 1910 / 앙리의 섬세하고 성의있는 그림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고 한편으로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기억하세요. 나는 평생 단 한 번도 정글에 가지 않았지만, 정글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세계를 그릴 차례입니다.

언젠가 누군가 당신의 그림 앞에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틀렸어. 하지만 이상하게 진실해.”

그 순간, 당신은 이미 이겼습니다. 언제나 붓을 놓지 마십시오. 혹시 지금 조롱을 받고 있다면, 그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조롱은 종종 무지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리고 그 무지는 여러분의 진심과 꾸준함 앞에서 언젠가 부끄러워질 것입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나의 그림은 여전히 누군가의 방, 박물관, 혹은 책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품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내일이나 다음 달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러분이 다시 붓을 들고, 펜을 잡고, 현을 튕기는 그 순간부터 열립니다.

사랑하는 예술가 여러분, 즐겁게 하세요. 세상의 평가보다, 여러분이 지금 웃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즐거움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여러분 자신일 수도 있고, 먼 훗날의 낯선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창작하십시오. 여러분의 정글을 그리십시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러분의 손끝으로 펼쳐 보이십시오. 그 세계를 믿고, 사랑하고, 끝까지 지키십시오.

세관원 출신 화가
앙리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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