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여름철 인기 외식 메뉴인 냉면과 삼계탕 가격이 또 한 차례 인상됐다. 계절적 수요 증가와 원재료비·임차료·인건비 등의 복합적 요인에 따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통적인 보양식이 점차 '프리미엄 외식'의 반열에 올라서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유명 음식점에서는 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에서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2,423원으로, 전월 대비 154원(1.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계탕의 평균 가격은 1만7,923원으로, 전달보다 269원(1.5%) 인상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사이 인상된 수치로 상승 속도가 예년보다 가팔라졌음을 보여준다.
냉면 가격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오름세를 지속해왔다. 2022년 4월 1만 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뒤 2023년 6월에는 1만1000원대에 진입했고, 같은 해 말에는 1만2000원선을 돌파했다. 삼계탕도 2017년 평균 1만000원에서 2022년 1만5000원, 2023년 초 1만6000 원, 지난해 7월에는 1만7000원을 넘으며 단계적으로 가격대가 상승했다.
서울 시내 유명 냉면 전문점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을밀대, 우래옥, 봉피양, 평가옥 등 주요 평양냉면 전문점은 한 그릇당 1만6000원을 받고 있으며 을지면옥, 필동면옥은 1만5000원, 기타 유명 업소는 최대 1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삼계탕 역시 가격 상한선이 크게 확대됐다. 토속촌, 고려삼계탕, 논현삼계탕 등 대형 삼계탕 전문점의 기본 메뉴 가격은 2만 원에 형성돼 있으며 고명 추가 또는 재료 업그레이드 시 2만5000원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가격 인상의 직접적 요인 중 하나는 공급 측 충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삼계탕 주원료인 영계의 출하량이 줄어들었으며 그로 인해 유통가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4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음식점 운영자들이 부담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가스요금 등의 상승이 맞물리며 원가 구조 전반이 악화됐다.
냉면의 경우 주요 원재료인 메밀과 육수 원육 가격의 상승 외에도 최근 몇 년간 브랜드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시설 투자 비용이 반영되고 있다. 을밀대·우래옥 등 전통 브랜드 외에도 신규 프랜차이즈 냉면집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메뉴 자체가 고급 외식 카테고리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특히 냉면과 삼계탕은 계절 매출 집중도가 높은 품목으로 원가와 고정비가 분산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냉방비, 주방 인력 인건비 등이 여름철에 더 증가하는 특성상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상이 여름 한철을 지나도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절이 지나면 수요는 감소하지만 인상된 가격은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부담은 장기화된다.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냉면과 삼계탕 외에도 삼겹살(1인분 기준 200g)은 6월 2만447원에서 7월 2만639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며 비빔밥은 1만1,462원에서 1만1,538원, 김치찌개백반은 8,500원에서 8,577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반면 김밥(3,623원), 자장면(7,500원), 칼국수(9,692원) 등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외식 물가의 상승세는 개인 서비스 요금에서도 관찰된다. 같은 기간 이발소 이용료는 1만2,538원으로 보합세였지만 대중목욕 요금은 전달보다 77원 올라 1만769원을 기록했다.
한편 외식 비용의 지속 상승은 가계 지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5년 2분기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외식 지출 비중은 전체 소비지출 중 약 13.7%를 차지하며 코로나19 이전 대비 2.4%p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배달 소비 증가, 1인 가구 확대와 더불어 외식비 인상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냉면과 삼계탕이 더 이상 서민 메뉴가 아닌 가격에 따라 소비 계층이 갈리는 '프리미엄 외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한정 메뉴라는 계절적 특성과 브랜드 프리미엄이 맞물리면서, 특정 업체에서는 예약 대기까지 이어지는 등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냉면과 삼계탕 가격이 다시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공급 비용, 인건비, 고정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여전한 데다 외식 시장 내에서 이들 메뉴가 차지하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김밥, 자장면 등 대체 식사를 선택하거나 간편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소비 행태 변화도 감지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