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이 쓴 신간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요즘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목받는 캐릭터가 있다. 호랑이 '더피'다. 그룹 '사자 보이즈' 리더 진우의 단짝인 이 호랑이는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장면이 거듭될수록 실수를 연발하면서 특유의 '무시무시한 귀여움'을 드러낸다.
호랑이는 늘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틈만 나면 민가에 들이닥쳐 사람을 물어갔다. 조선왕조는 범에게 당하는 재앙, 일명 '호환'(虎患)을 막고자 전력투구했다. 왕의 명령으로 1416년 '착호갑사'라는 호랑이 전문 사냥부대가 조직될 정도였다.
그러나 동시에 호랑이는 한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존재이기도 했다. 한반도 거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호랑이를, 인간을 지키는 용맹한 존재로 여겼을 뿐 아니라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한 영물로 인식했다.
'한국민속상징사전: 호랑이편'을 보면 호랑이 관련 속담은 71개, 지명은 389개, 설화는 956건에 달한다.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가 '호돌이'였던 것만 봐도 우리의 호랑이 사랑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대상이 사라졌다. 사냥이 수백 년간 지속되면서 호랑이의 씨가 점점 말랐기 때문이다. 1924년 2월 강원도 횡성에서 포획된 2.7m짜리 백두산 호랑이(아무르 호랑이)가 남한 땅에 존재한 마지막 호랑이였다.
보전생물학자인 임정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멸종한 호랑이를 남한 땅의 숲에서 보는 날을 희망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먼저, 북한에 충분한 호랑이 개체군이 존재해야 하고, 그중 일부가 백두대간과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수영해 남한으로 이동해야 하며,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즉, 먹이원이 풍부해야 하고, 물을 쉽게 마실 수 있는 장소가 확보돼야 하며, 충분한 은신처도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임 연구원이 쓴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다산초당)는 멸종위기에 놓인 호랑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보전생물학자의 집념과 좌충우돌을 그린 책이다. 저자는 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며 낯선 지역에서 생활하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호랑이를 지키는 일이 단순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호랑이를 지키는 일은 산과 들의 식생을 지키는 것이고, 초식동물과 새들을 지키는 일이며, 결국 자연의 일부인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무르 표범과 아무르 호랑이가 더 이상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이다."
32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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