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이상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건 알아요. 갈망하죠. 하지만 모르겠어요. 그게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르니까 그냥 할 뿐이에요. 그저 할 뿐이라고나 할까요. 명확하게 강조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장정후라는 작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금속판에 스크래치를 내고, 페인팅을 올리고, 다시 스크래치를 내고, 그렇게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은 도달하지 못한 저 편을 향하는 길입니다.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고결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오후 로하앤갤러리에서 문화매거진과 마주한 장정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기도 좋지만 예술가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게 더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해서” 위와 같은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빨리 유명해지는 것은 인간 장정후, 그리고 작가 장정후의 삶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한단다. “금속판 깎는 거 힘들죠. 연구 정말 많이 했어요. 금속판에도 캔버스처럼 페인팅하듯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녹스는 것부터 보존이라든가 쇠가 녹는 지점이라든가 이런 걸 다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그 공부를 평생 하고 있긴 하지만 어려운 길을 택했다기보단 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않았나 싶어요. 말로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이달 2일부터 30일까지 로하앤갤러리에서 개인전 ‘테르퇸’을 개최한다. 그는 “작품을 보시면 얼룩지게 페인팅이 올라가 있지 않나. 겹겹이 쌓여 스크래치가 나고, 그 반복 작업을 통해 얼굴 형상을 드러내는데, 얼룩진 페인팅이야말로 우리가 생을 살며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영향을 품은 카르마라 생각했다”며 “카르마의 형상이 얼룩지면서 형상이 얼룩지며 우리가 이상의 본질을 찾아 떠났던, 그러한 생의 전반적 서사를 그려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작업이 이상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금속판을 깎고 채우고 깎고 채우고… 이 과정은 나를 비우면서도 인간이기에 비우지 못해 채워지는, 얼룩져있는 인간의 생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던 거예요. 그러면서 이상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찾아 나가는 과정을 금속판에 사람의 형상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네 자화상을 보듯 바라볼 수 있도록 ‘시대의 초상’을 완성하고자 했죠.”
금속판에 일그러진 페인팅은 이 생의 카르마를 응축하며, 바르도에서 이상을 찾는 테르퇸의 얼굴을 잠상적 이미지로 끌어낸다. 그에게 작업은 ‘사명’(使命·맡은 임무)이자 ‘사명’(死命·죽음과 삶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의 작품을 가만히 감상하고 있노라면 묘한 감정이 든다. 감히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 가늠조차 안 되는 레이어는 경외를 자아내는 동시에 조금은 난해하다.
“난해하다는 피드백은 좋아요. 작가의 정답은 있지만 관객에 따라 난해할 수도 있고 어지러울 수도 있고 재밌을 수도 있죠.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작가의 몫이라고 봅니다. 현대미술 자체가 아름다운 기술만을 논하는 게 아니라 기존 선보이지 않았던 유니크한 조형관념, 그걸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야 하는 역할도 있기 때문에 제 그림이 불편하다면 그게 맞는 거고, 신기하다면 또 그게 맞는 겁니다. 질문을 던지게끔 유도한 거죠.”
관객의 다양한 반응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인 그는 “나는 삶을 그려내는 작가”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작업 제목이 ‘테르퇸(아직 마주하지 못한 보물을 쟁취하기 위해 전진하는 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인팅을 깎는 작업이 중첩되고 있는 것은 상념을 지워가는 과정이오, 스크래치를 내는 작업은 어지러움을 비워내는 과정이다. “인간이기에, 그래서 온전히 나를 다 비우지 못했기에, 그것을 비우고 채우고 중첩되는 삶을 그려나가는 거죠.”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가지면서도 인터뷰 내내 겸손한 태도를 보인 그는 “아직 배움이 부족하고 공부가 더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드는 순간이 있다”고 다시 운을 뗐다. “기존 작업을 파괴하고 혹은 그걸 베이스로 새로운 조형성을 띤 페인팅을 선보였을 때 ‘이거면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옛날 같았으면 ‘이래도 될까?’, ‘이게 맞아?’라고 반문했을 텐데 어느 순간 덜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이 아니라 완성으로 보이는 때가 오더라구요. 그 순간 ‘한 걸음 더 진화했구나’ 생각이 들어요.”
작업실에 박혀있거나 혹은 책을 읽거나, 단조로운 삶에 예상치 못한 바람을 넣어준 건 여행이었다. 어머니와 함께한 여행이 “단편적인 삶을 벗어나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나중에 깨달았어요. 유기체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돌아보고 환기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구나.”
그는 예술 여정을 여행에 빗대 말을 이어갔다. “1부터 시작해 10으로 끝나고, 10으로 시작해서 0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미술인 것 같다”던 그는 “예전엔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데 급급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덜어냄, 그 속에 느껴지는 예상하지 못한 에너지의 획획들이 뭉쳐 그림이 완성되는 듯했다. 나중엔 내가 어떤 형태로 덜어내지고 다시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음을 향한 문이 열릴 것 같다”며 웃었다.
“작업을 하며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작업을 하며 ‘나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이게 더 중요했어요. 스스로의 작업에 진심이었고 충실했느냐, 그게 더 중하단 뜻이죠. 예술가의 생이란 점 하나 찍고 떠나는 존재인데요. 그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당장 유명해질 필욘 없어요. 그 진가를 알아보고 드러나는 순간이 오려면, 제가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려면 그릇이 더 단단해져야 해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요. 작가 본인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으면 작가 생활을 오래 할 수 없죠. 그리고 관객에게 선보였을 때도 자칫하면 치기 어린 작업으로만 남을 뿐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재료에 대한 연구, 조형에 대한 연구, 왜 그렸는지 당위성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 말미, 작가는 “죽는 그날까지 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삶은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이 길을 가는 게 맞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해나가려면 연구해야 해요. 제 작업 역시 존재하는 것들의 융합이자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탐구는 계속되어야 하죠. 계속 발견하려 노력하고 공부하는 게 예술가의 사명, 숙명 그런 거겠죠. 직무유기를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요?”
[작가 이력]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조소 전공
[개인전]
2025 테르퇸(Terton), 로하앤갤러리
2025 구뇌(九惱), 빌딩온 로비
2024 영광의 상처들, 코너스퀘어
2024 간극과 부자유, 호아드갤러리
2023 바르도(Bardo), 맨션나인 갤러리
2022 란섬, 맨션나인 갤러리
2022 태움의 길-빛의 무도, 혜화아트센터
2022 태움의 길-삶, 인간, 이상 그리고 지금, 당림미술관
2021 태움의 저편, 잇다 스페이스
2020 이상의 선로, 송미영 갤러리
2020 이상으로의 몸부림, 맨션나인 갤러리
2019 비움 타는 남자, 송미영갤러리
2018 ART BAM, 카라스 갤러리 x 코코랜드 콜라보 전
2017 환영과 이상의 경계, 갤러리다온
2017 원후취월(猿猴取月), 아트 247
2016 원후취월(猿猴取月), EK 아트 갤러리
2015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 KAUGGE 대상수상전, 윤갤러리
[단체전]
2025 OPEN SPACE, 로하앤갤러리
2025 엄선전, 스페이스 엄
2025 GAZE, APY갤러리
2024 PARADOX by MONK, 맨션나인 갤러리
2024 ECHO, 갤러리 몸
2024 FLOW, 맨션나인 갤러리
2024 빛, 색, 선, 갤러리 몸
2024 시작전, 인테그랄 갤러리
2023 혜화아트센터 선물전, 혜화아트센터
2023 WUNDERKAMMER, 경기 신세계 백화점
2023 순수의 노래, 파르나스 호텔 제주
2023 NOT JUST FURNITURE, 신세계 백화점 타임스퀘어
2023 KEEP MOVING, 맨션나인 갤러리
2022 혜화아트센터 선물전, 혜화아트센터
2022 ART BOOM, 카루젤 뒤 루브르, 프랑스, 파리
2022 시선의 높이, 타임스퀘어
2022 INTO THE LIGHT, 파르나스 호텔 제주
2022 Mansion9 x Teambotta NFT Project, 갤러리아 포레
2022 BAMA 프리뷰 in 더현대서울
2022 Mansion9 LIV-ing ART –ew Year, 현대 리바트
2021 혜화아트센터 선물전, 혜화아트센터
2021 Colour of Life, 사치 갤러리, 영국, 런던
2021 Colour of Life, 폴드 갤러리, 영국, 런던
2021 Emerging Artist with SHINSEGAE, 신세계 백화점 타임스퀘어점
2021 화양연화, 아트테이먼트인
2021 Emerging Artist with SHINSEGAE, 신세계 백화점 VIP룸 강남점
2021 웨딩 쇼케이스, 아트컨티뉴 갤러리
2021 Passion Week, 맨션나인 갤러리
2021 예술에 패션을 입히다, 아트컨티뉴 갤러리
2021 Art Connects in New York, K&P 갤러리, 미국, 뉴욕
2021 해와 달에게, 아트필드 갤러리
2020 혜화아트센터 선물전, 혜화아트센터
2020 영 아티스트, 갤러리 두
2019 올미씨의 행복여행전 IV, 올미아트스페이스
2019 네 작가 이야기, 비움 갤러리
2019 NEWTRO 1920, 잇다 스페이스 갤러리
2018 MAN to MAN, 송미영 갤러리
2018 50 - 50 선물전, 창동 예술촌 아트센터
2017 Rooting for you,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017 콘텐츠 멀티 유즈전 (AYA X WEBZEN), 판교기업지원허브
2017 MUTE (AYA X WEBZEN 콜라보), 브라운 갤러리
2017 이도공간, 갤러리 일호
2017 Five Guys, 브라운 갤러리
2017 Catalogue Raisonné, 에코락갤러리
2016 THE GREATE BEGINNING, 에코락갤러리
2016 THE BEGINNING, 에코락갤러리
2016 한중작가교류전, XI Gallery, 중국, 베이징
2016 The Artist Room, 스페이스 나무
2016 한국미술조망전, 갤러리지오
2016 1년 후에, EK Art 갤러리
2016 신년 선물전 , EK Art 갤러리
2016 Present for Present, 갤러리 엘르
2015 명동국제아트페스티벌, 명동유네스코회관
2015 한중문화교류전, 중국, 베이징
2015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미술관
2015 첫 발자국, EK 아트 갤러리
2014 All About That Yellow, 아트 스페이스 오 외
[아트페어]
2025 BANK ART FAIR
2024 K-ART FAIR DAEJEON
2024 BANK ART FAIR
2024 PLAS ART SHOW
2024 BAMA
2023 SEOUL ART SHOW
2023 K-ART SHOW SEOUL
2023 BANK ART FAIR
2023 THE GRAND ART FAIR
2023 ASIA HOTEL ART FAIR
2023 BANK ART FAIR
2022 ART FAIR DARGU
2022 BAMA
2021 ASIA ART SHOW
2021 BANK ART FAIR
2019 SEOUL ART SHOW
2018 ART JEJU
2017 AFFORDABLE ART FAIR, HONGKONG
2017 ART BUSAN
2016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2015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2014 ASIA HOTEL ART FAIR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