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한복의 재발견' 패션쇼 개최한 김시율 콜랍 유케이 대표 인터뷰
"문화는 보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영국서 한국문화 알리는 행사 매달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복은 단순히 전통복식이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변주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관객이 입고, 듣고, 맛보며 오감으로 경험할 때 그 가치가 더욱 깊어집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복의 재발견'을 주제로 한국문화 융합 프로그램 '콜랍앤컬처'(Kollab&Kulture) 행사를 개최한 김시율(39) 콜랍 유케이(Kollab UK) 대표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복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잇는 이번 기획의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이번 행사는 전통한복의 우아함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컨템포러리 패션쇼, 전통악기와 전자음악의 라이브 협연, 한복 체험과 K-푸드 시식까지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김 대표는 2019년 런던으로 이주했으며, 현재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연극, 무용, 현대음악 작업에서 음악감독 및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악기와 전자음악을 결합한 창작 공연과 다분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그의 작업 방향이다.
콜랍 유케이는 영국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확산하는 문화기획사이자 예술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한국과 영국의 예술가, 기획자, 창작자들을 연결하며, 매월 '콜랍앤컬처'라는 한국 문화행사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콜랍앤컬처는 한국문화를 '관람'이 아닌 '체험' 중심으로 제안하는 협업형 이벤트다. 지난 3월부터 매달 런던 포플라유니온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 음악, 무용, 전통놀이, 시(詩), K-POP 댄스 등 다양한 주제를 선보였다.
8월 주제로 '한복'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한복이 단순한 전통 의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창작과 결합해 새로운 문화적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런던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중심의 한복 그룹 '한복웨이브 유케이'(Hanbok Wave UK)와의 협업이 성사되면서 전통 한복의 미학과 현대 패션의 실험성을 한 무대에서 병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런웨이에 참여한 '한작'(HANJACQ)은 전통 한복의 구조와 선을 유지하면서 이를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하는 컨템포러리 한복 브랜드다. 김 대표는 "전통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으로부터 출발해 새로운 쓰임과 감각을 제안한다는 철학을 공유했기에 협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런웨이의 전환을 이끈 무대는 타악기 연주자 이강산과 전자음악가 이디스(Edith)가 함께했다. 전통 타악기와 전자 음향이 결합해 시각적으로는 의상의 변화, 청각적으로는 시대의 전환을 동시에 체험하게 했다.
현장 반응도 뜨거워 런던 관객들은 한복의 다양한 형태와 현대적 재해석 시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 관객은 "'한작' 컬렉션이 전통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성과 패션성을 갖춘 현재의 옷으로 제시된 점이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번 행사가 "한복이 과거의 상징물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문화·패션·예술 속에서 유연하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행사에서만 입는 의상이 아닌 생활 속 문화로 확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외에서 한국문화 융합 행사를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민간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연·문화 공간이 제한적이며, 현지 관심이 K-POP·드라마 등 일부 장르에 집중돼 다른 전통·동시대 예술로 확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매달 행사를 이어가며 재방문 관객이 꾸준히 늘고, 방송사·브랜드·문화기관의 협력 제안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다음 달에도 오겠다'는 관객의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향후 프로그램으로는 9월 '영국 속 한국문화' 대담, 10월 한국 장터, 11월 독립영화 상영, 12월 '한국의 미래' 네트워킹 파티가 예정돼 있다.
김 대표는 한국문화의 지속 가능한 해외 확산을 위해 "다양한 장르와 깊이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런던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과 2021년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8년 제주 체류 중 사건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역사 재현이 아닌 '현재를 사는 예술가로서 과거를 어떻게 감각하는가'에 집중해 피리 중심의 즉흥 음악과 사운드 설치 공연을 가졌다. 2021년에는 스트링 쿼텟과 피리가 함께하는 '제주를 위한 모음곡 1번'으로 확장해 초연했고, 이후 뇌파 데이터와 음파 설치를 결합한 전시로 발전시켰다. 2024년 영국 런던 블룸즈버리 페스티벌에서도 이를 선보였다.
현재 그는 영국 예술위원회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제주를 위한 모음곡'을 전자음악·조명·영상이 결합한 1인 공연으로 재창작 중이다. 또 전통 장단과 지역적 음악 어법을 확장하는 팀 'RITO'를 런칭해 2025~2026년 영국·유럽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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