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떨쳤던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라이온즈). 마운드에서 담담하게 팀 승리를 지켰던 모습처럼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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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을 직접 털어놓았다.
그는 “은퇴를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몸에 조금씩 이상을 느꼈다”며 “더 이상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를 고민했고 내가 먼저 구단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경기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프로에 데뷔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 통산 1096경기에 등판해 549세이브(한국 427개, 일본 80개, 미국 42개)를 수확했다. KBO리그에서 이룬 427세이브는 역대 1위로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오승환은 자신이 거둔 수많은 세이브 가운데 2023년 10월 14일 SSG랜더스와 경기에서 이룬 KBO리그 통산 400번째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1승을 지킨다는 점에서 더 의미깊은 세이브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지금 당장은 400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1년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지만, 그 역시 힘들거나 어려웠던 순간이 늘 따라다녔다. 오승환은 “매 시즌 항상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아무리 잘하는 마무리투수도 블론세이브를 하게 마련”이라며 “결과에 따라 잔혹한 평가를 받는다, 다시 야구를 한다면 선발투수나 타자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오승환의 목소리가 유일하게 떨렸던 순간이 있었다. 바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고(故) 김형덕 씨에 대한 얘기를 할 때였다.
아들이 야구선수로 성공하는데 있어 모든 인생을 바쳤던 어머니는 올해 3월 하늘의 별이 됐다. 당시 오승환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다.
오승환은 “어머니가 늘 경기를 마치고 응원해주셨다. 어머니가 내게 가장 큰 힘이었다”면서 “은퇴를 결심했을 때 어머니가 더 이상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와닿았다”고 말한 뒤 살짝 고개를 떨궜다.
오승환은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도자를 할 기회가 온다면 많이 공부하고 준비할 것”이라며 “아직은 선수들과 호흡하는 게 좋다. 다양한 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얘기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은퇴한 스타플레이어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야구 예능’ 출연에 대해선 “오늘 아침에도 야구 예능에 많이 나오는 선수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야구에 기여하고 도움된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오승환은 이날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당장 유니폼을 벗는 것은 아니다. 남은 시즌 동안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은퇴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즌 막바지에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팬들과 함께 은퇴 경기도 치른다.
오승환은 “아직 은퇴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멋지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승환이라는 마무리투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나를 목표로 선수 생활을 하고, 나의 기록을 깨는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인 21번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삼성의 영구결번은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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