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판결은 불구속 재판에서 갑작스러운 구속의 문제점과 구속이 자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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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2020년 10월 11일 오후 3시 45분경 트랙터를 운전해 농로에서 왕복 2차선 도로로 좌회전하던 중 직진하던 이륜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가 일시정지하지 않고 도로반사경을 통해 다른 차량 접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입지점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반사경을 살폈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이씨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공판에서 채택된 증인이 가족 투병을 이유로 불출석하자 새 증인을 채택한 직후 별다른 객관적 사정변경 없이 갑작스럽게 이씨를 ‘증거인멸·도주 염려’를 구속사유로 들어 법정구속했다. 구속 직후 변호인이 “피고인이 교차로 진입 우선권이 없다는 재판장 지적을 듣고 과실을 인정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씨도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2심은 이 같은 법정진술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2심이 피고인의 자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을 비판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의 법정진술을 주된 증거로 삼아 유죄로 판단했지만, 석명권을 행사해 진술 취지를 정확히 밝혀보고 목격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를 거쳐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봤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자백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구속 이후 갑작스럽게 자백한 피고인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허위자백을 하고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부인하던 피고인이 법원의 구속 이후 갑자기 자백한 사건에서는 단순히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에서 변호인 의견서에는 “일시정지해 좌우를 살폈는지와 같은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내용은 없고 교차로 진입에 우선권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증인 불출석이 피고인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이 객관적·외부적 사정변경 없이 갑작스럽게 구속을 단행한 점에서 신중하게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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