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임대차, 아는 만큼 보이는 권리[판례방]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공유재산 임대차, 아는 만큼 보이는 권리[판례방]

이데일리 2025-08-02 12:30:00 신고

3줄요약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공공기관이 소유한 상가(공유재산)의 임대차 관계를 둘러싼 오랜 분쟁에 대해 마침표를 찍는 판결을 내놓았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상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공유재산이라는 특수한 조건 속에서 임차인의 권리(권리금, 부속물매수청구권 등)가 어떻게 작동하고, 임대차 종료 후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명확히 했다.

사진=챗GPT 달리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시장 건물(공유재산)을 관리하는 A공단(원고, 임대인)은 2002년부터 이곳에서 대형 마트를 운영해 온 B사(피고, 임차인)에게 2020년 4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B사가 순순히 매장을 비우지 않자 A공단은 건물 인도 및 무단 점유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유재산의 임대차는 일반적인 사법(私法) 관계가 아닌 공법(公法) 관계이므로 민사소송 대상이 아니며, 20년 가까이 영업하며 쌓아 올린 유무형의 가치, 즉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트 운영을 위해 설치한 조명, 소방시설, 천장 구조물 등에 대한 시설 투자비(부속물 및 유익비)를 돌려받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B사의 기대와 달랐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공유재산이라도 임대차계약의 본질은 사법상 계약이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제10조의4)은 임대차 목적물이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제10조의5 제2호)고 명확히 했다. B사가 가장 기대했던 권리금 주장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상황이 불리해진 B사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치한 독립된 물건(부속물)을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에게 시가로 매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민법상 권리다. 법원은 B사가 설치한 조명시설과 소방설비는 건물의 객관적 편익을 높이는 부속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B사의 건물 인도 의무와 A공단의 부속물 매수대금 지급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즉, A공단이 부속물 대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B사는 건물을 비워주지 않아도 될 정당한 권원(점유권)을 일시적으로 갖게 된다.

문제는 손해배상액 산정이었다. 양측의 계약서에는 B사가 계약 종료 후에도 건물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월 차임의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한 조항(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었다. A공단은 B사가 점유한 전 기간에 대해 월 차임의 1.3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이러한 A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사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기간에도 1.3배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사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2023년 5월 26일부터 A공단이 “그 대금은 당신이 미납한 손해배상금에서 상계하겠다”고 통보한 2023년 6월 30일까지의 기간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이 기간 동안 B사는 ‘부속물 매매대금을 받을 때까지는 건물을 인도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B사의 점유는 위법한 ‘불법점유’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 기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예정액(월 차임의 1.3배)을 적용할 수 없고, 단지 점유·사용으로 얻은 이익, 즉 통상적인 월 차임 상당액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A공단이 나중에 상계 처리를 했더라도, 그 효과가 소급하여 당시에는 적법했던 B사의 점유를 소급해서 불법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이는 상계의 소급효가 채무 계산의 기준 시점을 소급할 뿐, 이미 발생했던 법률관계의 성격 자체를 뒤바꾸지는 않는다는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상가 임대차의 열쇠는 계약서의 문구 하나하나와 법리가 보장하는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때 행사하는 데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오랜 격언은 복잡한 법률관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