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노트] 달러가 약해질 때 미국 밖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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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노트] 달러가 약해질 때 미국 밖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들

연합뉴스 2025-08-02 10:3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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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200대를 기록한 올해 7월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풍경. 류영석 연합뉴스 기자

관세 부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될까. 미국은 트럼프 1기 집권기였던 2018년 7월부터 중국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이외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는 적자가 크게 확대됐다.

대중 관세가 부과된 후 2018년 7월부터 1기 트럼프 행정부가 막을 내린 2021년 1월까지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월평균 293억 달러였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2021년 2월~2025년 1월)의 월평균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274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2025년 2~5월)에는 175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렇지만 위의 세 시기에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각각 월평균 508억 달러, 730억 달러, 980억 달러로 급증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 축소분보다 다른 국가와의 교역에서 비롯된 적자 확대 폭이 더 컸던 셈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인들이 행하고 있는 과소비의 산물이다. 정부의 과소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3%에 달하는 재정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가계의 과소비가 더해지면서 올해 1분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4.6%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은 관세 부과 외에도 달러 약세 유도, 미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 확대 요구 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약달러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 제기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브 미란은 미국 대선 직후인 2024년 11월에 간행한 보고서 '세계 무역체제 개편을 위한 정책 안내서'를 통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란 보고서'로 불리는 이 자료는 달러의 고평가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란은 달려 약세를 유도해 대외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흐름도 있다. 최근 타결된 미국-베트남 무역협정에서 미국은 올해 4월 초 베트남에 부과했던 46%의 상호관세율을 20%로 낮추는 대신, 미국의 베트남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를 폐지했다.

불평등 조약으로 볼 수도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베트남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또 한미 무역 협상에서도 미국산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 여부가 현안으로 대두됐다.

미국은 과거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요즘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와 비슷한 정책이었고, 1980년대 후반에는 '슈퍼 301조'라는 강력한 반덤핑 법안을 통해 수입품에 징벌적 과세를 부과했다.

달러 가치의 인위적 약세도 조장했다.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닉슨 대통령의 발표와 1985년 플라자합의, 1989년 한국과 대만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글로벌 약달러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강압적인 조치들이다.

한편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미국은 일본 반도체 시장에서 최저 점유율을 보장받았고, 1987년 루브르합의는 미국 동맹국들의 내수 부양을 통해 미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 확대를 도모했던 글로벌 공조의 일환이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쓰고 있거나 스티브 미란 등이 주장하는 해법이 과거에도 다양한 외피를 쓰고 나타났던 셈이다.

이런 시도를 통해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의미 있게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과거의 다양한 시도가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이후 중국과의 교역을 억눌렀더니 베트남·멕시코 등 다른 국가들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났다.

1980년대의 미일 반도체 협정 역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반도체 전쟁에서 승자는 미국의 칩메이커가 아니라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었다.

글로벌 불균형은 언제든 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국인들이 행한 과소비의 결과로 봐야 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 축소는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후퇴했던 위기 국면, 즉 미국인들의 소비 환경이 극도로 악화했던 시기에 나타났다.

1990년대 초 주택대부조합 파산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이 총체적으로 붕괴했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었다. 결국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다른 나라가 미국을 대상으로 불공정 교역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슈였던 셈이다.

환율 조정이 미국의 대외 불균형을 완화하지 못했지만, 미국 이외 자산시장에 버블을 만드는 기제로 작동하기는 했다. 달러가 약해지면 달러로 표시된 자산, 즉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국가의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진다.

역사적으로 달러는 3차례에 걸쳐 장기 약세를 나타냈다.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가 이슈로 부각됐던 시기들이다. 주요 선진국 통화들과 미국 달러 가치 변동을 측정하는 달러 인덱스 기준 달러 31.1% 하락했던 1971년 7월~1978년 10월이 1차 달러 약세 국면, 52.4% 하락했던 1985년 2월~1992년 8월이 2차 달러 약세 국면, 41% 하락했던 2001년 7월~2008년 4월이 3차 약세 국면이다.

이들 3차례 국면에서 모두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나타났고, 한국 주식시장의 성과가 미국보다 나았다. 1972년 1월부터 1978년 5월까지 한국 코스피는 연평균 28.3% 상승한 반면, 미국 S&P500지수의 등락률은 연평균 -1.1%로 극히 부진했다.

1985년 6월~1989년 3월에도 연평균 수익률 기준 코스피 +69%, S&P500지수 +12.2%였다. 1998년 7월~2010년 8월에도 코스피 +15.6%, S&P500지수 -0.6%였다.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세도 크게 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달러 약세)과 맥을 같이 한다. 달러 약세가 비달러 자산의 강세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는 향후 상당 기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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