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흑역사' 넘으려는 영부인[통실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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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흑역사' 넘으려는 영부인[통실호외]

이데일리 2025-08-02 09:04: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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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김혜경 여사가 조용한 내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김혜경 여사의 검소하고 절제된 활동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죠. 해외 외교는 물론 국내 활동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김건희 여사와는 분명 다른 모습입니다.

김혜경 여사가 25일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달 26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 방문 때를 볼까요. 김혜경 여사는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하지 않은 채 평범한 옷차림으로 시장 상인들과 만났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장을 보러 나온 계양구 주민 같았습니다. 화보집에 비교될 만큼 연출된 사진을 남겼던 김건희 여사와 달리, 김혜경 여사의 사진에는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방문 목적과 장소도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민생회복소비쿠폰을 시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이었고, 이는 남편인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영부인으로서 뒷받침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읽힙니다. 장소 또한 인천시 계양구로,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입니다. 영부인이 독자적으로 자신의 행보를 하기보다는 남편 뒤에서 튀지 않게 묵묵히 내조하는 모습입니다.

시장에서 구입한 물품도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강냉이, 과일, 밑반찬, 떡 등이었습니다. 한 상인이 사인을 요청하자 “대통령 사인을 받으셔야 하는데요”라고 웃으며 답했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김혜경 여사의 행보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지난 6월 있었던 G7 정상회의에서도 튀지 않는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상들과 만나는 공식 자리에서는 전통 한복을 착용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대선 당시에는 자신의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며 물밑 지원에 집중했고, 지금도 절제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영부인의 대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2부속실 인선도 서둘렀습니다. 최근 제2부속실장이 임명됐는데 윤기천 전 분당구청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만큼이나 신임이 깊은 인물입니다. 대통령실 내 들리는 말로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도 김 여사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언제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드러내지 않는’ 방식의 내조입니다.

사실 영부인의 법적 지위는 모호합니다. 공식적인 역할이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행정학에서도 영부인의 역할을 유형화 했는데 그 범위가 넓습니다. 전통적인 가정주부의 모습(소극적)에서 정치인·참모에 비견할 만큼 적극적인 형태까지 다양합니다. 김혜경 여사는 ‘조용한 내조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활동 기준을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임 영부인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공적 역할 수행에 실패한 대통령 배우자”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영부인 개인의 노력 외에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대통령배우자법’ 제정이 필요한 때라고 본 것입니다. 채 교수는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미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부인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영부인에게는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예산이나 사업비를 지원할 수 없습니다. 법률에 근거해 영부인의 역할과 지위, 그리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한, 영부인의 활동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고 채 교수는 봤습니다.

시대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8년 10월 ‘미디어, 젠더&문화’ 제10호에 실린 ‘한국의 영부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40년간 보도 분석’(박재영·윤영민)에 따르면, 민주화 이전에는 영부인이 일종의 성역처럼 다뤄졌습니다. 사생활이나 부정적인 내용은 보도에서 배제됐고, 정권을 미화하는 보도 관행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뉴스 가치 판단 기준이 달라졌고, 대통령실과 언론은 종종 긴장 관계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영부인의 관례적인 활동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생활이나 구설수는 주요 뉴스가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제2의 육영수 여사가 나오기 힘든 배경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영부인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이를 지원할 만한 제도적 기반은 없는 듯 합니다. 지금의 구조가 계속된다면, 어떤 영부인이든 정치적 소모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혜경 여사뿐만 아니라, 이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대통령 비서실은 한 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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