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헌신하는 작가는 뭘 더 하는 작가일까. 헌신하는 작가는 무엇을 더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일까. 동료 작가와 ‘헌신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작가는 내 작업이 나와 멀어 보이기 때문에 내가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현답 같은 답을 내려줬다. 그것을 정답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작업이 나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고민해 본다.
과거에 쓴 일기를 본다. 블로그와 일기장에 실제 사건 그대로를 복기하듯 옮겨 적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일기장을 들킨 몇 번의 경험 때문인지 내 일기장 앞에서도 마음을 적는 게 망설여진다. 그런 생각으로 일기를 읽다 보니 감정을 텍스트만으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종종 눈앞에서 자신의 마음에 따라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마주한다. 움직이고 멈추고 울며 자신의 마음을 따라 작업을 하는 그를 보면 마치 굿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무엇인가가 작업으로 풀리는 것인지 또는 작업이라는 결과물 이전에 쌓이는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 감정들은 모두 어디로 소진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감정들이 본래부터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일까.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고 단출한 내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제 막 열심히 시작하는 작가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신진인데 얼마나 신진이겠냐만은 그래도 내가 몇 개의 정보를 더 늘어놓았으니 어쩌면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의 말과 열심히 사는 그 삶의 대략적인 시간이 나와 닮아 보인다. 그를 보며 나는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열심히 하는 작가님을 만나기 전, 나는 소진되어 버릴지 모르는 에너지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작업과 프로젝트를 연결시키지 않으면 둘 중 하나의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 하나는 탈락하게 된다는 그 말은 곱씹고 곱씹게 했고 자주 에너지의 소진을 느껴왔기 때문에 조금은 무서웠다. 그것들에 들인 시간은 아깝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찾고자 했던 어떤 과정이 답도 찾지 못한 채로 또는 답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로 사라진 가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합칠 방법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작업과 삶이 담쟁이덩굴처럼 연결되어 버린 작가님을 만났다. 그의 삶은 낱낱이 흩어지고 또 뭉치고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텍스트와 같이 흘러간다면 그 몸에는 ‘노동’이라는 글자가 그대로 박혀버린 듯 보였다. 고된 노동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매달리는 독서라는 취미는 그를 한층 매력적이게 했고 경험된 노동을 다양한 글과 연결시켜 주었다. 국어시간에 수학을 공부하고 수학시간에 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처럼 그는 다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했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 영재가 되어버린 듯했다. 작가님의 삶은 작업과 커넥트되었고 옆에서 바라보며 그 자연스러운 연결을 누군가 이상한 질문으로 꼬아서 지지 않길 기도했다.
항상 작업과 삶이 연결되는 것을 고민해 왔다. 그리고 바라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작업이 삶이 되는 것과 삶이 작업이 되는 것은 여러모로 다른듯하다. 헌신적인 작가가 되는 것 그리고 소진되지 않는 것은 모두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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