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보다 우월한 조건" 평가…日과 대미투자 규모 비교하기도
'뜨거운 감자' 농축산물 추가개방 막은 점 강조…李대통령 '물밑조율' 부각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대통령실은 31일 한미 상호관세 발효일을 코 앞에 두고 양국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되자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아무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상호관세 발효 시한(8월 1일)을 넘겼을 경우 맞닥뜨릴 후폭풍을 비껴간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성과로 볼 수 있는 데다 협상 세부 내용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나쁘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타결 소식을 전하며 "주요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협상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는 물론 주요 경쟁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일본과 같은 15%로 맞추면서 '최악'을 피했다는 판단이다.
관세 하향조정의 '반대급부'로 합의한 투자 규모를 두고도,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펀드 1천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우리의 투자펀드 규모는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정치적 부담이 컸던 쌀과 소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김 실장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고성도 오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협상 결과가 산업계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사실상 손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이번 합의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를 이미 적용받던 일본·EU와 달리 우리는 0%였다"며 "동일한 관세 적용은 우리에게 손해다. 최소한 13%까지는 (관세율을) 낮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각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 역시 당분간 여론 추이를 민감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여왔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이 그동안 공개적 메시지를 자제하는 등 '전략적 침묵'을 지키긴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수시로 정책·안보 라인을 통해 협상 상황을 보고 받으며 전략 마련에 골몰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를 앞두고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1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21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연쇄 만찬 회동을 가졌다.
김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대외적인 행보는 협상과 관련됐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se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