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로맨스
[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품격 있는 문화인이라면 미술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입니다. 그리고 이는 사랑을 쟁취할 때 강력한 무기이자 특별한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를 위해, 그리고 특별한 당신을 돋보이기 위해 미술의 낭만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1. 로맨스를 만들어라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치열하고 처절한 일입니다. 흔히 말하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허상이라 여기세요. 자연스러운 만남은 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다음 만남을 위해 미술 전시회를 제안하는 것은 다양한 방향으로 좋은 기회를 열 수 있습니다. 첫 만남 자리에 가기 전, 근처 전시 중 담론적인 전시, 체험형 전시, 포토존이 많은 전시 등 세 가지 정도 다른 성격의 전시회를 미리 찾아두세요. 기회가 있을 때 상대방의 성향과 취향에 맞춰 준비한 전시회를 제안하고 두 번째 만남을 약속받으세요. 술집, 영화관, 카페 등 일반적이지 않은 애프터 신청을 받은 상대방은 당신의 섬세함과 품격 있는 애티튜드에 긍정적인 점수를 줄 것입니다.
2. 전시회를 고르는 팁
전시회를 잘 몰라 어떤 전시회를 리스트에 올려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전시회를 고르는 안목 또한 미술을 즐기는 것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좋은 전시회’라는 정확한 정답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고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전시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취향 혹은 상대방의 취향을 잘 알아야 합니다.
• 주제: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담론적인 주제를 다루는 전시회를 알아보세요. 사회적 이슈, 범지구적, 범인류적인 심도 있는 대주제를 다루는 전시회에서는 파블로 피카소부터 뱅크시, 마우라치오 카텔란, 아브라모비치 등 구세대부터 현세대까지 굵직한 모든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들여다보기 좋습니다. 현대미술의 근간이 가장 많이 엿보이는 형태의 전시로써 깊이 있는 주제와 가치관을 들춰볼 수 있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서로에 대해 파악하기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 경험: 활동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파워 E로서 인생은 즐기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미디어 매체를 가미한 테마형 전시를 알아보세요. 반 고흐, 에곤 쉴레, 앤디 워홀, 클림트 등 익숙한 유명 작가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화가 걸려있지 않더라도 그들이 작업했던 작업실, 그들이 살던 동네나 자주 가던 카페의 자리 등 명확한 테마를 가지고 재현해놓은 전시장 곳곳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같이 앉아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수다도 떨며 즐거운 체험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활기찬 성격을 어필하고 즐거움을 다루는 서로의 방식을 알아가 보세요.
• 기억: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싶다면
‘순간’이 중요한 이라면 포토존을 자랑하는 전시회를 알아보세요. 모든 전시회는 그 전시를 구성하는 ‘작가’들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포토존이 즐비한 전시회는 전시를 찾아온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꽃, 화려한 샹들리에와 건물 벽을 가득 채운 그림들은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 전시되었습니다.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으로 남기며 향유하면서 서로 공간을 완성시키다 보면 어색한 기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을 것입니다.
3. 관심 가지기
전시회장에 가면 모르는 것들 투성입니다. 생소한 이름의 작가, 출신 국가, 작품관, 기법 등 도슨트가 없다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주제 의식이 사방에 깔려있죠. 모르는 게 많은 만큼 모든 관심을 로맨스의 상대에게 집중하세요.
“이 작가 들어본 적 있으세요?”, “작가의 출신 국가를 여행해본 적 있으세요?”와 같은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내세요. 전시장은 특성상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게 자연스러운 장소이기에 질문하고 대답을 이끌어내기 용이합니다.
미술을 제안했어도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서로에게 배우며 채워나가는 열린 태도가 중요합니다. 잘 모르는 것을 서로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기회를 창출하세요.
낭만이란 것은 쓸데없지만 시대를 기억하게 하는 강력한 상징이죠. 미술은 그런 낭만으로 시대를 표현하는 예술로 여겨집니다. 쓸데없지만 필요하고, 우리의 순간을 풍요롭고 값지게 만들어줘요.
우리의 로맨스에 그런 미술을 사용한다면, 기억하고 싶은 낭만을 만들어 줄 테죠. 서로의 빛나는 순간을 눈부실 정도로 찬란하게 남겨줄 겁니다.
로맨스가 필요한 날, 특별한 그대에게 미술을 건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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