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갤러리 이레(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소재)는 화가 조상아의 개인전 ‘The Landscape of My Breath’를 오는 26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다시 붓을 든 한 예술가가 삶의 시간과 기억, 감정을 고요히 담아낸 회화적 여정이다.
조상아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예술가로, 오랜 시간 예술의 호흡 안에서 살아왔지만 본격적으로 회화를 시작한 것은 60대 초반의 늦은 시기였다. 그러나 이 늦은 출발은 오히려 그의 작업에 깊은 사유와 존재의 흔적을 새겨넣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이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화폭 위에 담아내게 했다.
전시는 크게 두 갈래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과 고국에 대한 기억을 담은 구상 회화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본질과 내면의 질서를 탐색하는 추상적 풍경이다. 조상아의 그림은 자연의 재현을 넘어서, 그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의 결을 그대로 품고 있다. 강물은 흐르는 세월을, 절벽처럼 솟은 붉은 바위산은 삶의 고비를 상징한다. 자작나무와 숲은 이민자로서 겪은 고요한 체념이자 동시에 고국을 향한 그리움의 표상으로 읽힌다.
그의 색채는 격렬함보다 차분한 울림을 선택한다. 투명하게 겹쳐진 색의 층위는 마치 음악의 화음을 닮아 있으며, 관람자에게 그림을 ‘듣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조상아의 회화는 숨결처럼 부드럽고도 단단하며, 하나하나의 붓질은 음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듯 긴 여운을 남긴다.
최근 추상 회화에서는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원형과 반복되는 선, 단일한 색채의 명상적 구성 등을 통해 ‘순환’과 ‘무한’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는 생의 기원을 향한 시선이자, 오랜 침묵 끝에 피어나는 작은 진실의 언어다.
조상아의 예술은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저항의 방식이다. 그의 작업은 “예술은 살아내는 방식이며, 숨결처럼 사라지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회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이 어떻게 생의 후반부에 새로운 언어를 배워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고 존재를 노래하는지를 함께 마주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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