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제 유가가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원유 수요 둔화 가능성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면서 유가가 다시 한번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현지시간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0.99달러(1.47%) 내린 배럴당 66.2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 역시 0.62달러(0.90%) 하락한 68.59달러를 기록하며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이번 유가 하락은 전반적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맞물려 있다. 특히 8월 1일로 예정된 미-EU 무역 협상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원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미국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EU 주요 수출품에 대해 최대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EU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역 갈등이 글로벌 수요 둔화를 심화시키고 이는 곧 원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주요 제조업지표와 소비자심리지수도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WTI 8월물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일부 매도세가 선반영된 것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물 계약 만기 전에는 통상적으로 포지션 조정이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대량의 롤오버(차월물로 이월)가 이뤄지며 일시적 하락세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한 에너지 자문사 관계자는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시장의 방향성을 지배하고 있다"며 "관세 이슈가 실현될 경우 경기 둔화와 함께 유가 하락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 갈등은 미국-유럽 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인도 간 무역 협상도 진통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 농산물 및 유제품에 26%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이며, 양국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 마감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유가의 중장기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가가 다시 60달러대 초반으로 내려앉을 경우 산유국들의 증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는 수요 정체와 공급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최근 달러 약세가 유가 하락을 일부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원유 구매 비용이 낮아진 비(非)달러권 국가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도 유가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일부 완화되며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는 다소 진정됐으나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OPEC+ 감산 기조 등은 유가의 상방·하방 모두에 변수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 방향성에 대해 "좁은 박스권 내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역 협상 시한인 8월 1일 전후로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유가 흐름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에너지시장 전문가는 "현재 유가는 불확실성의 한가운데 있다"며 "정치적, 외교적 변수뿐만 아니라 환율 흐름, 수요 지표, 재고 수준 등 복합적 요소를 모두 감안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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