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전자업계의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시장의 기대를 모으며 업계 중심에 섰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달성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예상 매출은 약 20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2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망치대로 실적이 확정된다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5.5%, 영업이익은 무려 65% 넘게 증가하게 된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2024년 4분기(매출 19조7,000억원, 영업익 8조800억원)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이 같은 고성장의 배경에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기술적 우위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15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공동 1위에 올랐다. 특히 AI 서버와 GPU 수요 급증에 따른 HBM 제품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한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HBM 시장의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반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전자업체들은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6% 감소한 수치로, 시장 기대치인 6조69억원을 23%가량 하회하면서 '어닝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진의 주요 원인은 반도체 부문 내 메모리 수요 회복 지연과 HBM3E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지연, 그리고 비메모리 부문 수익성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I용 고사양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대비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정식 실적 발표에서 HBM 관련 기술 안정성 및 품질 테스트 결과에 대한 해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메모리 가격 반등 여부 또한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6.6%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TV 등 MS(HE)사업본부 실적 악화와 관세, 물류비 상승 등의 대외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다만 생활가전 및 전장사업의 선전과 하반기 계절성 회복, 사업부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점진적 실적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자업계 2차 협력사들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2,061억원으로 예상되며 LG이노텍은 341억원으로 무려 77%가량의 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1,18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예상돼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관세 부담과 고객사 생산전략 보수화, 환율 하락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실적 시즌의 핵심은 SK하이닉스가 얼마나 강력한 성적표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현실화한다면 단순 실적을 넘어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후방산업과 부품사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경쟁사들은 시장 신뢰 회복과 수익성 반등을 위한 전략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기술력 제고, 공급망 안정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자업계의 향후 성패는 결국 기술력과 공급 속도, 시장 적응 능력에 달려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업체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질지, 반등의 전환점을 만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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