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요셉 기자] 최근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합법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디지털자산 허브' 구축을 목표로 코인 합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실제 법제화 과정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토큰증권(STO) 법제화 지연과 스테이블코인 규율에 대한 불확실성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디지털자산 허브' 구상의 첫 걸음, STO 법제화의 험난한 여정
토큰증권(STO)은 건물, 태양광 발전소, 지식재산권, 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기초로 소액 단위의 분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증권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 및 유통되어 거래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디지털자산 허브' 구상의 첫걸음으로 기대를 모았다.
STO 법제화가 완료되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의 공모 및 유통이 가능해지며, 나아가 '국내 블록체인 기반 코인 발행 허용', 즉 '국내 ICO 허용'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23년 발의된 STO 법안은 논의 한 번 못하고 폐기되었고, 22대 국회로 넘어와 다시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배장원 성동장원(주) 대표 겸 신성장연구소 대표는 지난 7월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STO 법안이 심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패싱' 당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한 우려를 표했다.
"STO 법안은 2023년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논의 한 번 못하고 폐기되었다. 2024년 가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대표발의로 STO 법제화는 22대 국회의 몫이 되었다. 대선 과정에서 STO를 허용해야 한다는 양당 후보의 공통 공약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안건에 STO 법안이 포함되었다. 심사 안건 37건을 정하는 것과 심사 안건 중 어떤 순서로 심사를 하고 통과시킬 것인가는 양 당 간사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STO 법안은 37건 법안 중 34번째 순서에 자리를 잡았다. 결론적으로 오랫만에 열린 그리고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STO 법안은 심사를 시작도 못하고 패싱당했다."
▲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인가 별도 법인가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규율하는 여러 코인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지만, 그 파급력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원화 기반 또는 원화 금융상품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규율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 법으로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견이 나올 때마다 특정 회사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은 제도적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의 스테이블코인 집착.. 달러 패권 수호와 중국 견제 전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미국이 이 분야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넘어선, 미국 달러의 글로벌 패권 유지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수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스테이블코인, 미 국채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당 1코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단기국채(T-bills)를 담보로 보유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가 곧 미국 국채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은 준비금의 88%를 12일 만기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약 1,4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일부 국가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 수준에 육박한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매년 4,000억 달러의 신규 국채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보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단기국채 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미국 국채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한다.
▲ 달러 패권 수호와 중국의 CBDC 견제
트럼프가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미국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BDC) 추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현재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며, 이를 통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금융 제재 효력이 약화되고 달러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민간 주도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여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GENIUS Act)은 준비자산을 단기국채로 제한하고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달러 수요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연결을 강화하여 달러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에 '목숨 거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 확보, 달러 패권 수호, 그리고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확산에 맞서 디지털 화폐 시대에도 미국의 금융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21세기 글로벌 화폐 패권 전쟁의 중요한 전장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시대의 '퍼스트 무버' 전략 필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고 중국이 CBDC로 도전을 꾀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디지털자산 허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STO(토큰증권) 법제화 지연과 스테이블코인 규율 불확실성 등은 한국이 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이 이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고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 신속하고 명확한 STO 법제화: '속도전'에 나서야
가장 시급한 과제는 STO 법제화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업계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상품 개발은 물론, 관련 스타트업과 대형 금융기관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법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국회는 '일하는 국회법' 정신을 살려 법안소위 상시화 등 입법 절차를 가속화해야 한다. '여야 이견 없음'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속도감 있는 법제화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스테이블코인 전략 구체화: '한국형 모델' 정립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면, 한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할지, 혹은 별도 법으로 규율할지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결론짓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금융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 규제와 혁신의 균형: '샌드박스'를 넘어선 성장 지원
현재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제도는 초기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한 만료 후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STO 기업들이 샌드박스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인가 및 라이선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공용 인프라 구축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 금융기관들도 안심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금융위와 국회가 긴밀히 협력하여 규제 샌드박스 이후의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 인재 양성 및 국제 협력 강화: '미래 경쟁력' 확보
디지털자산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술 및 금융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 기술, 디지털 금융, 법률 전문가 등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디지털자산 규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주요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표준을 설정하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디지털자산 허브'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먼저 나서는 자가 돌을 맞고 돈을 잃는'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속도감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디지털자산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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