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전시 공간 컷더케이크(Cut the Kake)에서 기획전 ‘유령 다리 The Ghost with Legs’가 오는 8월 1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다리를 가진 유령’이라는 모순적 상상에서 출발해, 현실과 환상, 기능과 존재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1990년대생 작가 백주용과 이예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유령에게도 다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유령과 가장 물리적인 신체 일부인 다리. 이 상상력은 곧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로 확장된다.
백주용 작가는 테이블과 벤치 등 실용 가구에 달리는 다리 형태를 입혀 의인화된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무게감과 기능성으로 대표되는 가구에 만화적 상상력과 생동감을 부여해, 사물 자체를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그의 작품은 무겁고 단단한 현실에 가벼운 몸짓을 불어넣으며 기능성과 조형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반면 이예란 작가는 소모되는 자아를 ‘껍데기만 남은 유령’으로 표현했다. 그의 유령들은 게임 속 캐릭터처럼 비현실 세계를 떠돌며 말풍선과 편지, 열쇠 같은 오브제를 통해 무한 반복되는 노동과 퀘스트의 서사를 전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소모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실체를 찾아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령 다리’는 두 작가가 각각의 시선으로 ‘현실의 구조’와 ‘탈주를 꿈꾸는 상상’ 사이의 긴장을 이야기하는 전시다. 전시 공간 곳곳에는 만화적 속성이 강조된 오브제와 평면 작품이 배치되어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상의 풍경을 제시한다.
컷더케이크 측은 “끊임없이 탈주를 꿈꾸지만 결국 현실의 구조 안에서 미끄러지고 좌절하는 존재로서의 우리를 ‘유령의 다리’에 비유하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기능과 존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우리의 모습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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