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오는 24일과 25일 각각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양사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의 품목별 고율 관세 부과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하반기 대응 전략의 성공 여부가 향후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약 46조4,776억원, 영업이익 약 3조5,71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45조206억원 대비 3.2% 증가한 수치이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2,791억원에서 무려 16.5% 감소한 수치다.
기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의 2분기 예상 매출은 29조613억원, 영업이익은 2조9,973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 대비 매출은 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해온 양사의 성장 흐름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1분기부터 이미 기아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실적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원인으로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품목별 자동차 관세 부과가 지목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특정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수천억원대의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관세 비용으로 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2020년 3분기, 약 2조원에 달하는 품질 비용을 반영하며 적자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원자재나 환율 영향이 아닌 외부 정책 요인이 직접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전략적인 대응 없이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 내 생산 비중 확대와 가격 전략 재조정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본격 가동이 임박하면서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해 관세 우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북미 생산 비중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포함한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현지 부품 공급망 재편도 추진 중이다.
한편 미국 외 시장에서도 과제가 적지 않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인도 시장에서는 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적기에 신모델을 투입하고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김진석 연구원은 "관세라는 변수는 불가피하지만 오히려 가격 인상과 라인업 재편을 통해 점유율 확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일부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향후 우상향하는 점유율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관세 부담이라는 악재를 마주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미 현지화 전략의 성패가 실적 회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체계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신시장 공략 등 다각도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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