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청년층이 직면한 고용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이 14개월째 전년 같은 달보다 떨어지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동반 하락하는 더블 펀치를 맞고 있는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달(46.6%)보다 1.0%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로,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6월 기준으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45.1%) 이후 가장 낮은 고용률이다. 전체 취업자 수가 18만3000명 늘어 6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고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6월 814만9000명이었던 15~29세 인구는 올해 6월 794만9000명으로 20만 명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는 17만3000명 줄어 379만8000명에서 362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20대만 따로 집계해도 15만2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 위기의 배경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만3000명 줄어 1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건설업도 9만7000명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내수와 밀접한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3만8000명 줄어들었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 취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과 제조업 감소가 청년층 고용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미국발 통상 리스크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건설업은 부동산 침체와 건설 수주 급감으로 고용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전통적으로 청년층의 첫 일자리 역할을 해왔던 만큼 고용 충격이 직격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층 고용 부진은 '쉬었음' 인구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원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자리를 구하다 지친 청년들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구직 단념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청년 고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청년 고용절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7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지원금 확대, 계속고용 지원금의 청년 신규 고용 연계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재학→구직→재직' 단계별 6대 청년일자리 사업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목표인 2만4000명 달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산업구조 변화와 내수 회복 없이는 청년 고용 위기 해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구조적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던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청년층 고용률 부진은 단순히 경기 순환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확산으로 전통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청년층이 적응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로 전체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높아 고학력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눈높이와 현실 간의 괴리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고용동향에서 전체 고용률은 63.0%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6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는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39만6000명 증가) 고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의 고용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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