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6일부터 내린 기록적 폭우에 현재까지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을 피해 긴급 대피한 이재민도 5200명에 이른다.
이처럼 단기간에 피해가 급증한 것은 기록적인 비의 양 때문이다.
충남 서산은 1시간 동안 114.9㎜의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누적 강우량은 500㎜가 넘는다. 이는 지역 7월 강수 '신기록'이다.
광주에는 하루에만 411.9㎜의 비가 내리며 일 강우량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많은 비가 오늘도 내린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17일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대본 3단계를 가동하며 부처와 유관기관의 비상대응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계획했던 부산 시민 간담회를 취소하고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를 찾아 호우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고 "과잉 대응이 소극 대응보다 낫다"며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극한호우'에 4명 사망·1명 실종…이재민 5200명
18일 오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충남 서산과 당진에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졌고, 지난 16일에는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쳐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전날 밤에는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 "강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해 현재까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에는 전날 하루 동안 426.4㎜의 비가 내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7월 일 강수량 극값을 기록했다.
전국 13개 시도, 52개 시군구에서 3413세대 5192명이 긴급 대피했다.
공공시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도로 침수 328건, 토사 유실 62건, 제방 유실 30건, 도로싱크홀 3건, 옹벽붕괴 1건, 하천 범람 2건, 역사 침수 1건, 농경지 침수 1, 낙석 2 등이다. 사유시설 피해는 총 276건으로, 건축물 침수 203건, 벼 침수 등 28건 등이다.
철도 이용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 경부선(서울~부산), 전라선(남원~여수엑스포), 경전선(동대구~진주) 등 7개 구간에서 일부 KTX를 포함해 운행이 중단됐다.
16일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나주 445㎜, 광주 442㎜, 홍성 437.6㎜, 서산 427.1㎜, 담양 397.0㎜, 세종 390.0㎜, 창녕 376.0㎜ 등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내린 비 만큼이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은 100∼200㎜(많은 곳 300㎜ 이상), 충청권과 전북, 대구·경북은 50∼150㎜(많은 곳 20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서산 누적 강우량 519.3㎜…광주 하루에 411.9㎜ 역대 최고
'제자리 저기압' 장기간 체류하며 '괴물폭우' 만들어
이번 비는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충남 서산에는 17일 새벽 1시간 동안 114.9㎜의 비가 내렸다. 이는 서산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이후 7월 1시간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홍성에도 1시간 동안 비가 98.2㎜ 쏟아졌는데 이 역시 이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2015년 11월)한 이래 7월 1시간 강수량 최고치에 해당했다.
광주에는 17일 하루 동안에만 400㎜가 넘는 비가 쏟아져 역대 일 강수량 최고를 기록했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광주의 7월 한 달간 강수량 평년값이 294.2㎜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달치 보다 많은 비가 하루 동안 내린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서산의 누적 강수량은 519.3㎜에 이른다.
이밖에 전남 나주(445㎜), 광주광역시 풍암(438.5㎜), 충남 서천 충장대(408㎜), 전남 담양 봉산(397㎜), 세종 전의(390㎜), 경남 창녕 도천(376㎜) 등도 400㎜ 안팎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강수량은 151.4㎜이고, 인천에는 126.8㎜의 비가 내렸다.
이번 폭우의 이유는 중부지방 상공에 형성된 이른바 '제자리 저기압'이 장시간 머물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17일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와 북상하는 건조·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며 많은 양의 강수가 발생했다"며 "충돌하며 생긴 비구름 떼가 충청권에 오랜 시간 유지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저기압이 만들어지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빠져나가지만 이번에는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동을 막으면서 거대한 비 구름대가 장시간 머물렀고 괴물폭우가 됐다는 것이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와 유사하게 좁고 긴 띠 형태 비구름대가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른 것을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李대통령 "과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사고 예방 조치"
정부,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발령…중대본 3단계 가동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계획했던 부산 시민 간담회를 취소하고,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를 찾아 호우 피해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재난은 피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철저하게 사전 대비를 하면 또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며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상황인데 대응을 잘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보이는데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사고 예방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와 기관들이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 같다"며 "기상청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힘들더라도 선제적으로 지역별 기상 정보를 최대한 빨리 전파해 지방 정부나 국가 기관이 충분히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지시했다.
수해 지역 복구와 이재민 지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피해를 입은 국민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 대책 복구 지원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지하 또는 독거 주민, 범람이나 산사태, 붕괴 함몰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또 중대본 3단계를 가동해 부처와 유관기관의 비상대응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중대본 근무자가 증원되고, 가용경찰력과 장비 총력 지원, 부처별 재난상황실 확대 운영 등이 이뤄지게 된다.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되기는 2023년 이후 처음이다. 2022년과 2023년 태풍과 호우로 각각 1차례씩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된 바 있다.
중대본은 행안부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현장상황관리관을 전국에 급파해 집중호우 기간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인 협조를 공고히 하고, 실시간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與, 당대표 순회 경선 취소…"신속한 복구·국민 일상회복 힘쓸 것"
국힘 "특별재난지역 지정 조속히 검토해야"
더불어민주당은 18일 폭우 피해가 잇따르자 이번 주말 충청권, 영남권 순회 경선 현장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당초 전당대회 권역별 합동연설회는 19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20일 영남, 26일 호남, 27일 경기·인천, 8월 2일 서울·강원·제주 순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전국 폭우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자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박찬대 의원과 최고위원 선거에 단독 출마한 황명선 의원은 전당대회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했고 주말 순회 경선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피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복구와 국민의 일상 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정부·여당을 향해 폭우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조속히 검토하고, 피해 복구를 위한 예비비 등 재정의 선제적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 대응은 물론 조속한 피해 복구에도 총력을 다해 주시기를 바란다"라면서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되는 군·경, 소방대원, 지자체 공무원 여러분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각 지역 광역별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겠다"라며 "우선 내일 당 지도부가 충남 폭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 복구 활동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피해 복구를 통해 무너진 국민의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야당으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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