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의 2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소액주주들은 제3자 배정방식의 이번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대신 새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앞서 롯데렌탈에 보낸 주주서한을 이날 공개했다. 주주서한은 롯데렌탈 이사회에 현재 추진중인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VIP자산운용은 서한에서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원원대 경영권을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는 지분거래와 무관한 결정이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과 긴밀히 연결될 패키지 딜로 볼 수 있다”며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어피니티가 조 단위의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VIP자산운용은 “상법 개정 이후 태광산업의 자사주 교환사태 발행,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등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시도들이 여론과 시장의 반발로 철회된 반면 롯데렌탈만이 여전히 논란이 되는 유상증자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렌탈은 올 2월28일 공시를 통해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가는 7만7115원으로, 당시 롯데렌탈 주가(2만6803원)의 2.6배에 달했다.
또한 롯데렌탈 이사회는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1주당 2만9180원에 726만1877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2199억원에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20%에 달하는 주식을 어피니티에 넘겨주는 유상증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주주이익을 침해한 대표적 사례로 롯데렌탈 매각 및 유상증자를 꼽고 있다.
포럼은 16일 논평에서 “롯데렌탈과 어피니티의 자본거래 및 제3자 증자는 최근 들어 상장사 중 가장 심각한 이해충돌 사례로 보인다”며 “일반주주는 지배주주 지분의 프리미엄 매각에 동참할 기회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유상증자로 인해 대규모 희석화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렌탈 이사회는 상법 개정안의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이 제2의 상장이 폐지된 락앤락의 전처를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최근 락앤락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서 원하는 만큼의 주식을 매입하지 못하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청산가치(주당 1만1685원)의 75%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당 8750원에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강제로 회수한 바 있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또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할 경우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롯데렌탈의 유장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는 63.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기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이 67.7%까지 늘어나 특별결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VIP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을 중단시킨 김우진 사외이사처럼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용기 있는 선택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롯데렌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외이사는 백복인 전 KT&G 대표,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 최정욱 전 인천지방국세청장, 유승원 고려대학교 교수 등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화상으로 진행된 2월28일 이사회는 1명의 사외이사가 불참했고, 의안의 설명, 심의 및 승인에 단지 20분이 소요되었다”며 “기존주주 입장에서 20% 희석화가 발생하는 극히 예민하고 중요한 안건인데 이사회 진행에 단지 20분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연히 회사의 현재 자본구조, 중장기 현금흐름 예측 및 펀딩 필요성을 면밀히 따진 후 증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안건을 승인한 5명의 이사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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