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전기 SUV ‘ID.4’의 대대적인 리프레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 변경에 가까운 이번 개편은, ID.4를 내연기관 티구안의 전기차 대응 모델로 포지셔닝 하기 위한 전략적 수순으로 보인다. 출시 시점은 2026년 말로 예상되며, 디자인부터 실내 구성, 전동화 효율까지 전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ID.4는 2020년 출시 이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는 만큼, 폭스바겐은 이번 변화를 통해 우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CEO 토마스 셰퍼는 최근 인터뷰에서 “ID.4의 외관과 내부를 모두 완전히 새롭게 바꿀 예정이며, 전혀 다른 차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ID.4가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판매량 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모델임을 강조하며, 미래 디자인 언어와 정체성의 방향 전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소형 해치백 전기차인 ID.1, ID.2를 통해 먼저 선보일 디자인 언어와 일맥상통한다.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앤디 민트(Andy Mindt)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후 2026년 2분기 출시될 ID.3와 2026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ID.4로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폭스바겐 스타일을 복원하는 방향으로도 설계될 전망이다. 낮고 넓은 차체 비율과 함께 골프를 연상시키는 헤드 램프, 굵직한 C 필러, 대형 그릴 등 강인한 인상이 특징이다.
실내 역시 전면 개편된다. 기존 터치 슬라이더 기반 조작계가 실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만큼, 물리 버튼과 다이얼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구성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특히 음량 조절 기능에는 다시 원형 다이얼이 적용된다.
플랫폼은 현행 MEB 구조를 유지하되, 모터와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된다. 차세대 SSP 플랫폼은 2028년 이후 도입 예정으로, ID.4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향상된 출력과 주행거리, 에너지 효율성은 신형 모델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 폭스바겐은 해당 모델을 ‘전기 티구안’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를 넘어, 향후 ‘ID’ 명칭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모델명 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폭스바겐 판매·마케팅 총괄 마틴 잔더는 “전기차에도 다시 ‘이름다운 이름’을 붙이게 될 것”이라며, 향후 모델명 전략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쿠페형 전기 SUV ‘ID.5’는 이번 개편과 함께 단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ID.4가 유럽 전기차 시장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ID.5는 판매 순위 25위권에도 들지 못하며 존재감을 잃었다.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ID.3와 ID.4의 후속 모델을 순차 공개하며, 2026~2027년 사이에는 도심형 전기차 ‘ID.1’과 소형 해치백 ‘ID.2’, 그리고 크로스오버 버전인 ‘ID.2 X’도 출시할 계획이다. ID.2 X는 오는 9월 뮌헨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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