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란·김건희·순직해병 3대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던 '충성파'들이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공수처 수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진술을 했으나 특검 조사에서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규명하는 특검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강의구, 진술 번복…尹 재구속 '결정적'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구속된 배경에는 '충성파'들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강경 충성파'로 꼽힌다.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생일 축하행사까지 주도할 정도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돼 왔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 김 전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하여 경찰 소환 조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관련성에 대해 부인해왔다.
하지만 지난 3일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쏟아냈다.
실제로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구체적 발언이 담겼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에도 비화폰으로 김 전 차장에게 연락해 "비화폰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함부로 쉽게 볼 수 있으면 그게 비화폰인가",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나"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대화 내용은 김 전 차장의 진술 없이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계엄 사후 선포문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도 최근 기존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새로운 진술을 내놓은 인물이다.
강 전 부속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사후 계엄선포문에 사인하고 폐기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핵심 인사들의 진술 번복은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으로 이어졌다. 특검은 이들이 그간 윤 전 대통령의 회유 때문에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다가 최근에 진술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에서 "김 전 차장은 피의자(윤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참여한 경찰 조사 초기엔 피의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다가, 피의자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후에야 범행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피의자가 김 전 차장에 대해 회유 또는 압박으로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검팀의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인멸 우려'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태효, 순직해병 특검에 'VIP 격노설' 인정
특검, '尹 격노' 회의 참석자들 줄소환
윤석열 대통령실의 실세 참모이자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태도가 180도 변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1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조사결과 보고를 받은 뒤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종섭 전 장관이 당일 오전 11시 54분께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바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것을 감안하면 정황상 'VIP 격노설'이 존재했음을 추론할 수는 있지만 관련 인사들은 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 전 차장이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진술을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증언과는 정반대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하셨는가"라고 묻자 김 전 차장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당시 회의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비서관, 전화를 받았던 이종섭 장관, 김계환 전 사령관도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3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을 금주 내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을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금주에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떻게 지시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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