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세대 간의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은 더 첨예하다. SNS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세대의 언어 차이’, 가치관 충돌, 시대적 배경의 격차는 우리를 더욱 단절된 존재로 만든다. 하지만 다행히도, 몇몇 영화는 그 복잡한 간극 속에서도 공감과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음 세 편의 영화는, 서로 너무나 다른 세대들이 어떻게 갈등하고, 또 연결되는지를 진심으로 그려낸다.
1. 미나리(Minari, 2020)
“그 시절의 할머니는 지금의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민 1세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니다. 여기엔 분명히 존재하는 세대 간의 문화 충돌이 있다. 손자 데이빗과 외할머니 순자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어색하다. 데이빗은 “할머니는 쿠키도 못 굽고, 이상한 냄새가 나”라고 말하고, 순자는 미국식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다름’이 모욕이 아닌 배움의 씨앗이 되는 과정을 영화는 잔잔하게 보여준다. 세대가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본질로 묶이는 이들의 모습은 갈등을 견디고 나아가는 이해의 서사로 깊은 울림을 준다.
2. 벌새(2019)
“왜 우리 부모님은, 딸의 슬픔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1994년, 중학생 은희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영화 벌새는 사춘기 소녀와 부모 세대 간의 소통 단절과 감정의 비대칭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은희는 부모의 폭력적 권위, 관심 없는 태도 속에서 외로움과 불안을 겪는다. 그러나 부모는 이를 ‘사춘기 반항’으로 치부하고, 진심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오직 한 사람, 담임 선생님 영지가 은희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며 그녀는 처음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3.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당신의 꿈은 누구의 것입니까?”
보수적인 명문 기숙학교, 엄격한 아버지,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소년 닐. 이 영화에서 세대 갈등은 꿈을 둘러싼 충돌로 나타난다. 닐은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의대 진학만이 유일한 길이라 강요한다. 결국 이 갈등은 닐의 비극으로 귀결되며, 자기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받는 세대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대 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 다른 시대, 다른 가치를 살아왔다. 하지만 영화는 보여준다. 그 다름이 끝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금 이 순간에도 “요즘 애들은”이나 “꼰대 같은” 등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이 세 편의 영화를 보자.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에 이런 문장을 되뇌어 보자.
“나는 그 세대를, 진심으로 이해해본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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