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커피가 건성 황반변성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위험이 크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신다면, 그 형태와 제조 방식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황반변성, 시력 중심부가 무너진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의 중심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 부위가 손상돼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노안 초기와 유사하다. 중심 시야가 흐려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색감이 흐릿하게 느껴진다.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아 ‘노인성 황반변성’으로도 불린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이 중 인스턴트커피와 관련이 있는 건성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심각한 시력 손실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9년 20만 명에서 2023년 49만 명으로 4년 만에 약 2.5배 급증했다. 고령화와 더불어 생활 습관도 질환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인스턴트커피, 유전적 요인 겹치면 위험 커진다
중국 후베이 의과대학 타이허병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5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커피 섭취 형태(인스턴트, 분쇄 원두, 디카페인)와 황반변성 진단 여부 등이다.
연구 결과, 인스턴트커피를 하루 권장량 이상 섭취하면 건성 황반변성 위험이 평균 6.9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유전적으로 질환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더 위험하다.
반면 원두커피나 디카페인 커피에서는 유사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연구팀은 “문제는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특정 물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턴트커피는 고온에서 원두 추출액을 농축하고, 이를 스프레이 건조나 동결건조 방식으로 분말화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해 물질이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대표적인 예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는 아크릴아마이드다. 인스턴트커피 1kg에는 평균 358µg의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돼 있다. 일반 로스팅 원두커피(179µg/kg)보다 거의 2배 높다. 또한 인스턴트커피에 있는 AGEs는 망막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 자멸사, 혈관 손상을 일으킨다. 황반 조직은 이런 공격에 취약하다.
눈을 위한 일상 속 습관
시력을 지키기 위해선 생활 습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커피는 원두를 직접 내려 마시는 방식으로 바꾸고, 하루 섭취량을 한두 잔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볶은 정도가 약하고, 고온에서 추출하지 않은 커피일수록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낮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루테인, 제아크산틴 같은 항산화 성분은 황반을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나 달걀노른자에 풍부하다. 오메가-3가 풍부한 고등어나 연어도 눈에 좋은 지방산을 공급해 준다. 이런 식재료를 식단에 자주 넣으면 눈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햇빛도 경계 대상이다. 강한 자외선은 망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외출 시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여기에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이고, 1시간마다 10분 정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도 빼놓을 수 없다. 황반변성은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일부는 치료로 시력 악화를 막을 수도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50대 이상이라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전문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눈이 건조하거나 피로감이 자주 느껴진다면 더더욱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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