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1차 대면조사를 받고 29일 새벽 귀가했다. 서울고검 청사에 약 15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실제 피의자 신문에 소요된 시간은 5시간 5분에 불과했다. 조사의 상당 부분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 자격을 문제 삼으며 거부해 무산됐다.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특검은 오는 30일 오전 9시 윤 전 대통령에게 2차 출석을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응할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특검은 “조사할 것이 상당히 많이 남았다”며 소환 횟수에 제한은 없다고 못 박았다.
◇조사 아닌 ‘절차 공방’…첫날 신문은 반쪽
윤 전 대통령의 첫 조사는 오전 10시14분부터 시작됐다. 체포 방해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에는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이 참여했다. 하지만 1시간가량 신문이 진행된 뒤 점심시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박 총경은 체포 지휘에 관여했고 고발 대상이므로 조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조사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다.
대기실에서 3시간 넘게 조사를 거부한 윤 전 대통령은 오후 예정된 체포 방해 및 비화폰 삭제 혐의 조사를 사실상 무산시켰다. 특검은 “변호인 측이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조사 방해 혐의 적용과 변호인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특검은 계획을 변경해 오후 4시45분부터 계엄 문건 작성 전후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 혐의 관련 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신문을 맡자 윤 전 대통령은 조사를 재개했고, 오후 9시50분 신문 종료 후 약 3시간 동안 조서 열람과 수정을 거쳐 자정을 넘겨 귀가했다.
◇핵심 쟁점은 여전히 ‘미조사’ 상태
첫 조사의 핵심 쟁점이었던 1월 3일 대통령 경호처 동원을 통한 체포 방해 혐의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는 이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특검은 이 두 사안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자료, 통신기록, 경호실 운용 로그 등 실증적 증거 확보를 마친 상태로,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진술을 통해 행위의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절차 공방으로 이 조사는 사실상 보류됐다.
특검은 “다음 소환에서 반드시 확인하겠다”고 밝혔고, 윤 전 대통령 측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환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동일 조사관인 박 총경이 다시 신문에 나설 경우, 또다시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절차 저항’과 ‘반복 소환’ 사이…전략 싸움 본격화
이번 첫 대면조사는 수사 내용보다는 수사 방식과 조사자 문제에 대한 공방이 주를 이뤘다. 이로 인해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전략 방향이 명확히 갈린 상황이다.
특검은 “소환 횟수 제한 없다”며 필요한 만큼 불러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 범위와 대상이 광범위하고, 법적으로도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는 논리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며 ‘절차적 정당성’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향후 공적 이미지 관리와 함께, 사법적 방어 논리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대면조사를 시작으로 특검 수사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계엄령 문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방해, 체포 저지 지시, 외환시장 개입 의혹 등으로 사안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무위원 조사 등 본격 수사 시동…정치권 파장 커지나
특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계엄 문건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의 소환조사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당시 정부 핵심 인사 전반에 대한 형사·정무적 책임 규명이 본격화될 수 있다.
여권 핵심 인사 중 일부가 여전히 국회 및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특검 수사가 정치권을 관통하는 고위급 소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내란 사건 특검은 단순히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수사에서 벗어나, 당시 국가통치구조 전반에 대한 정당성 검증의 무대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실체적 진실로 가는 길…2차 조사, 중대 분수령
윤 전 대통령과 조은석 특검의 첫 충돌은 ‘수사 내용’보다 ‘수사 방식’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는 2차 소환부터는 피의자의 직접 진술과 혐의 인식, 행위 판단을 둘러싼 실체적 공방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수사 지연을 경계하며 반복 소환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절차적 정당성과 조사 공정성을 쟁점화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대립이 지속될 경우, 사법적 수사와 정치적 해석이 맞물린 고위급 수사 전선이 장기화될 수 있다.
내란 사건 수사의 본령은 ‘불법적 권력 행사’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2차 조사에서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피의자 진술을 통해 수사의 중추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그 여부가 이번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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