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적 사건을 경험한 인물들은 기억이 듬성듬성 온전치 않다. 때로는 잊는 게, 혹은 잊었다고 생각하고 모른 척하는 게 삶을 이어가기 위한 더 나은 방식이라고 여겨져서. 단편 속 인물들은 자주 잊고, 그저 웃고, 상처를 우회하면서 살아간다. ‘집’이라는 돌아갈 곳이 여의치 않아 늘 헤매고(「임하는 마음」), 가난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기를 멈추면서도(「입술을 다물고 부르는 노래」), 웃고 농담하기를 포기하지만은 않는다. 입 모양으로나마 서로에게 전해보는 진심은 아마도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어떤 것도 분명히 말해지거나 전달되고 규정 지어지지 않는다. 어떤 독자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삶은 언제나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불명료한 것투성이이며, 자기 자신에게조차 모호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장진영은 분명하게 그리고 있다.
■ 우아한 유령
장진영 지음 | 민음사 펴냄 | 30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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