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스포츠 영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갈등과 화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 팀워크, 그리고 마지막 역전승까지. 서사 구조는 익숙하고, 연출의 흐름 또한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두 명의 드라이버를 축으로 전개된다.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한때 F1 최고의 유망주였으나 치명적인 사고로 커리어가 꺾인 인물이다. 택시 드라이버로 생계를 이어가며 여전히 속도의 갈증을 안고 살던 그에게, 과거 팀 디렉터였던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가 다시 손을 내민다. 최하위 팀 ‘APXGP’에 합류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라는 제안이다.
이 팀에는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가 있다. 그는 재능과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자만과 허세가 섞여 있는 인물이다. 젊은 루키와 노장의 충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신뢰—클리셰 같지만 견고하다. 두 사람은 부딪치고 깨지며 다시 하나가 되고, 서로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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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는 속도의 미학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실사 기반 촬영으로 구현된 F1 레이스 장면은 현실 그대로 빠르고 위험하다. <탑건: 매버릭>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소문은 허언이 아니었다. 포뮬러1 특유의 고도의 기술과 순식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스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단순한 질주가 아니라 하나의 전쟁을 지켜본 듯한 박진감을 기억할 것이다. 탑건:>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감동은 속도도, 이야기 구조도 아니다. 바로 감정의 정직함에 있다. 루키는 노장을 통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배우고, 노장은 루키 덕분에 아직 스스로 도전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팀은 함께 울고 웃으며 마지막 한 판의 레이스에 모든 것을 건다. 이야기는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조슈아는 소니를 다시 존경하게 되고, 두 사람은 협력해 마지막 레이스를 완주한다. 관객은 이미 이 결말을 알고 있지만, 알고도 눈물이 난다. 얼마나 간결하고 강력한 감동인가.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 소니 헤이스와 팀원들이 외치는 그 말 — “We did it.” — 나도 모르게 따라 중얼거린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와 소니, 조슈아, 그리고 이 영화를 본 관객 모두가 상영 시간 내내 하나의 팀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함께 달렸고, 함께 브레이크를 밟았으며, 함께 피니시 라인을 넘었다.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치 레이스를 끝낸 드라이버가 헬멧을 벗고 한참 숨을 고르는 것처럼, 영화관 의자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마지막 장면에서 헤이스는 또 다른 경주를 위해 떠난다. 새로운 차도, 새로운 팀도 아니다. 그는 단지 다시 달리기 위해 사막의 레이스에 참여한다. 더 이상 승리가 목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증명할 것도 없다. 그저 자신이 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도전은 계속된다’는 진부한 메시지가 아니라, ‘달리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이야말로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더 깊은 이야기를 보았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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