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혼란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와의 끈끈한 관계가 느슨해진 대신 마이크론을 새 고객사로 두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커질 전망이어서 한미반도체는 오히려 핵심 고객사를 늘리며 도약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 매출은 현재 SK하이닉스 40%, 해외업체 60% 수준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한미반도체가 올해 매출 8332억원을 올려 작년 5589억원 대비 49.07% 증가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 중 70%가량은 TC본더 판매로 발생할 것으로 파악악된다.
한미반도체의 최대 해외 고객은 미국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세계 반도체 시장 3위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 치열하게 매달리고 있는데, 한미반도체 TC본더가 이 공정에 쓰인다.
마이크론은 최근 6세대 HBM(HBM4) 12단 제품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해당 제품 샘플을 공급한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HBM4가 주로 인공지능(AI)에 사용되기 때문에 기술 한도가 전 버전에 비해 훨씬 유연하므로 제조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반도체의 독보적인 TC본더 제작 실력도 가치가 한 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까지만해도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해왔지만 올초 들어 관계가 재정립됐다. 반도체 장비 공급처 다각화에 나선 SK하이닉스가 기존에 두 손을 모두 한미반도체랑 잡았다면 이제는 한 손만 잡고 간다는 방침이다.
공급사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은 일반적으로 악재 중 악재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TC본더를 만드는 한미반도체는 일종의 '슈퍼 을(乙)'로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 마이크론이 재빨리 접근해 지난 4월부터 새로운 고객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에만 30대 이상의 한미반도체 TC본더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기기당 단가도 SK하이닉스보다 30~40% 높게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반도체로선 이번 기회에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무대로 외연을 확장하게 된 셈이다. 마이크이라는 핵심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물론 해외 거래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활용해 대만 ASE 등 후공정 업체(OSAT)와의 거래 및 사후관리(AS)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고객(마이크론)의 공격적인 HBM 패키징 용량 증설과 TC본더 수출의 성장세, 기타 장비 매출 개선으로 올해 2025년 TC본더 해외 매출 비중은 71% 수준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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