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이하 빚, 7년 이상 연체된 경우
베드뱅크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빚 탕감
은행권, "성실 차주에게는 역차별" 우려도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 부탁"
[포인트경제] 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빚 탕감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갚을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 등의 개인 빚이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연체된 경우 전부 탕감해주는 게 골자다. 2000년대 김대중 정부의 농가 부채 탕감 정책 이후로 가장 최대 규모의 정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19일 의결된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담긴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하는 채무 조정기구, 이른바 '배드뱅크(bad bank, 부실 자산을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기관'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빚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했던 '주빌리은행' 모델과 유사한 형태다.
지원 대상은 5000만원 이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금융 취약계층과 개인 자영업자다. 채무 조정기구가 소득·재산심사 등을 통해 중위소득 60% 이하면서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빚을 100% 탕감해준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에 대해선 최대 80%의 원금 감면, 10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도록 채무 조정을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지원이 이뤄지면 총 113만4000명이 떠안고 있는 연체채권 약 16조4000억원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위한 예산을 약 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규모에 5%의 평균 매입가율을 적용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은 2차 추경으로, 나머지 절반은 은행 등 금융권 지원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권에서 기여를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지원에)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라며 "정부가 4000억원을 마중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부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추진된다. 정부는 총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소상공인의 빚을 90%까지 감면해 줄 계획이다.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도 최대 20년간 분할 상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6조2000억원의 채무를 진 10만1000만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정됐다. 추경 예산에는 7000억원으로 반영됐다.
19일 서울 시내 상점가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대규모 빚 탕감에 나서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모습이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지난 2023년 10월 발표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라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출연금으로 쓰게 되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빚 탕감이 반복되면 성실 차주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 자칫 '빚을 안갚고 버티면 정부가 탕감해준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누구나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고 사회 통합과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채무불이행에 따른 감내하기 어려운 연체의 고통을 감안할 경우 고의 연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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