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경력 80년, 시 쓴 지는 54년. 그 긴 시작의 역사에서 최초로 ‘산문시’만 그러모은 시집이다. 짧은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산문 시집이라니. 호흡은 길어졌지만 깊이는 줄지 않는다. 나태주 하면 떠오르는 자연과 작은 것에 대한 애정과 함께, "살림에 찌든 깊은 주름살"과 "병상" 등의 구체적인 풍경이 비춰지는 시들이라 여운이 짙다. 예컨대 표제작인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는 시인이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당시 아내를 위해 신에게 기도해 올린 시다. 목숨이 위태로운 시기에 자신이 아닌 아내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란 뭘까. 1970년대부터 2020년대에 오기까지 시인의 시선은, 보도자료의 말처럼, 허기진 현대의 독자들을 "순하게 감싸는 흰죽"이 되어주지 않을까.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지음 | 김영사 펴냄 | 212쪽 | 14,000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