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미국 증시가 조정기를 지나 반등 조짐을 보이자, 국내 증권사들이 이른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 유치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단순 수수료 경쟁을 넘어, 이제는 AI 기술, 글로벌 리서치 콘텐츠, 24시간 거래 인프라 구축을 앞세운 플랫폼 경쟁 구도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상반기 흔들린 美 증시, 하반기엔 반등 모멘텀?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기준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조700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상반기 중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상반기 조정은 실적보다는 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투자심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도 약진…수수료 수익 급증
해외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증권사 실적에도 직결됐다. 올 1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84.2% 증가한 49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토스증권은 거래대금이 전년 대비 208% 급증하며 중소형사의 두각을 보여줬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포문을 연 수수료 ‘제로’ 경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바 있다.
◇‘싸게’보다 ‘똑똑하게’…AI·리서치 콘텐츠 격전
이제 증권사 경쟁은 단순 수수료를 넘어선다. 투자 정보의 질과 접근성을 무기로, 플랫폼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해외투자 새로고침’ 미디어데이를 통해 “AI 기반 분석 도구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인처럼 투자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금융정보 플랫폼 ‘시킹알파(Seeking Alpha)’와의 국내 3년 독점 계약은 주목할 만한 행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해외주식 투자자 10명 중 9명이 특정 종목에 편중돼 있고,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고 있다”며 “정보 비대칭 구조를 해소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휴 강화…‘해외 투자 포털’로 진화
해외 투자 콘텐츠 강화도 본격화됐다.
한국투자증권은 골드만삭스 리서치 독점 제휴를 맺었고, KB증권은 다우존스와 계약해 WSJ, 마켓워치, 벤징가 등 5개 해외 원문 뉴스를 서비스한다.
토스증권은 AI 기반 ‘해외 어닝콜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최초로 실시간 국문 분석자료 연동을 구현했다.
이는 과거 ‘해외 주식=미국 대형기술주’라는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 심층 리서치 기반의 글로벌 분산 투자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나스닥 24시간 거래 도입…플랫폼 전쟁 ‘2막’ 예고
나스닥이 추진 중인 24시간 거래 시스템 도입이 내년 하반기 중 현실화될 경우, 국내 서학개미 투자 환경은 또 한 번 변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중단됐던 미국 주간거래는 재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거래 인프라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의 24시간 거래는 국내 플랫폼 경쟁의 두 번째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유치전은 더 이상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AI 기반 분석, 실시간 콘텐츠,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 그리고 24시간 거래 인프라까지, 플랫폼의 종합 전투력이 곧 고객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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