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서승범 바이오닉스연구센터 박사, 김세훈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박사, 이효진 충남대학교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암을 표적으로 삼는 유익한 박테리아를 활용해 형광 신호로 암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차세대 수술 조영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수술 중 암 부위를 네온처럼 선명하게 밝혀 암을 더욱 정밀하게 절제하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암 조직에서만 형광을 내는 특수 박테리아를 설계해 수술 중 암의 위치와 경계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형광 신호는 체내에서 최대 72시간 이상 유지되며 복잡한 장기 사이에서도 암 부위만 불빛처럼 드러나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이는 마치 지도 위 특정 건물에 불을 밝혀주는 것처럼 외과의사가 맨눈으로 암을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적인 수술 환경에서도 직관적으로 암 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 수술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기존 조영제는 암 종류마다 별도로 개발해야 했지만, 본 기술은 암 조직이 공통으로 갖는 저산소 상태와 면역 회피 특성을 인식해 다양한 고형암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형광 밝기는 기존보다 약 5배 높고 근적외선 대역을 활용해 현재 수술 내시경 및 영상 장비와도 높은 호환성을 갖춘다.
수술 로봇이나 영상 보조 장비와 결합하면 수술 중 실시간 영상의 정확도를 높이고 수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국내외 주요 병원에서 사용 중인 형광 수술 장비와의 연계가 가능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성과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연구팀은 해당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진단·수술·치료를 아우르는 통합 암 치료 플랫폼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이 박테리아는 암 조직을 정확히 찾아가는 특성이 있어 항암제나 치료 단백질을 탑재한 치료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료영상 장비 및 정밀 약물 전달 기술과의 융합, 안전성 평가 등을 병행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서승범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가 암을 스스로 찾아가 형광 신호를 내도록 설계함으로써 암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암의 위치와 경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한 데 의의가 있다”며 “특정 암종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정밀 수술 영상 기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IF 29.4, JCR 분야 상위 2.0%)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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