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의도적 범죄, 그 씁쓸한 선택
형무소가 요양원으로…일본 복지의 붕괴 현장을 가다
빈곤은 늙지 않는다…'하류 노인'이 된 일본 고령자들
[포인트경제] 일본에서 고령자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향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도난이나 무임승차 같은 사소한 범죄가 주를 이루지만, 이들의 목적은 형벌이 아니라 ‘생존’이다.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이 감옥을 마지막 피난처로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교정당국에 따르면 최근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 외곽 교도소에서는 출소 후 몇 달 만에 다시 입소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으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대부분 생활필수품이나 음식 등을 훔치는 형태다.
거리에서 빈 캔을 정리하는 일본의 한 고령자(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포인트경제 박진우 도쿄 특파원
이들은 범죄를 통해 수감생활을 다시 택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많은 고령 수감자들이 출소 후 별다른 생계 기반 없이 살아가다가, 생존을 위해 다시 소액 절도나 무임승차 같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다. 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옥을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인식한다.
감옥 내에서는 주 3회의 목욕, 정기적인 건강검진, 단체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제공된다. 고령 수감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일부 교도소는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 자격을 가진 수감자들에게 동료 수감을 돕도록 하는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CNN과 TBS 보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여성 교도소인 도치기 교도소에서는 고령 수감자 증가에 따라 교도소가 요양원처럼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의 교도관들은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도우며, 간병인을 배치하는 일상이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감옥이 요양시설화되는 현상은 일본이 겪는 초고령화와 복지 불균형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여성 고령자의 경우 연금이 적고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례가 많아, 생계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기 쉽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빈곤율은 20%에 달해 OECD 평균(14.2%)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더 방치되면 ‘감옥 복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현상의 뿌리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하류 노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NPO 홋또플러스(ほっとプラス)의 후지타 타카노리(藤田 孝典)는, 현재 청년층의 빈곤이 곧 미래 고령층의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후지타는 “지금 젊은이들은 소비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배우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자기 계발을 포기한다”며, “이러한 생활 패턴이 반복되면 결국 자산을 쌓지 못한 채 고령기에 접어들고, 그 결과는 빈곤한 노인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그는 ‘빈곤은 유전된다’는 강한 표현으로 이 구조적 문제를 설명한다. 도요타 자동차의 국내 판매 감소, 청년층의 저축 불능, 교육과 소비의 위축은 일본 사회가 서서히 가난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징후다. 후지타는 “지금 방치된 청년의 빈곤은 수십 년 후 더 심각한 고령자 문제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했다.
이미 교도소는 그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감옥에 머무를 수 있는 ‘노인형 보호시설’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되고 있다. 감옥이 복지시설의 역할을 떠맡는 현재 상황은 단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와 같은 고령 빈곤 현상은 복지 사각지대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보여준다.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후생노동성은 2040년까지 간병 인력이 약 272만 명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의료와 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적 투자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과제다. 감옥의 기능이 복지로 전이되고 있는 지금, ‘처벌의 공간’과 ‘돌봄의 공간’이라는 두 역할 사이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감옥이 유일한 쉼터가 되는 사회는, 결국 일본 사회가 고령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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