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이방인의 불안한 심리를 생생히 표현한 영화 한 편이 화제다.
무더위의 시작과 함께 여름휴가를 향한 간절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휴가를 맞아 해외로 떠날 계획을 하는 이들도 많을 시기다. 지긋지긋한 일상을 뒤로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오는 여정은 생각만 해도 힘이 난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찾은 여행지에서 사고만 계속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방인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까지 더해진다면?
‘어브로드’는 여자 친구 민지(임영주 분)와 함께 오로라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 태민(장성범 분)이 낯선 도시에서 미스터리한 일을 겪게 되는 스릴러 영화다. 여행 첫날 민지가 실종되고, 신고자 태민은 오히려 의심을 받게 된다. 태민은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곳에서 누명을 벗고, 민지를 찾기 위해 낯선 도시를 헤매게 된다.
‘어브로드’는 배우와 감독의 조합이 독특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지오바니 푸무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 중인 외국인 감독이다. 단편 ‘굿 뉴스’를 통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감독이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어로 작품을 연출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지오바니 푸무 감독은 “한국인이 아니지만 가장 한국스러운, 진짜 한국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연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색적인 조합 덕분이었을까. ‘어브로드’에는 타국의 사람들 속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인물의 심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어브로드’는 장성범과 임영주가 마주하는 기이한 일들이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설정상 민지가 실종된 뒤엔 영화의 대부분을 태민 홀로 끌고 간다. 많은 부담이 있었을 장성범은 적막한 도시를 방황하는 태민을 처절한 표정으로 표현해 영화의 몰입감은 한층 높인다. 태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도 미스터리한 곳에서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장성범은 드라마 ‘비밀의 숲’, ‘환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그녀가 죽었다’, ‘해야 할 일’ 등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며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쳐왔다. 이번 ‘어브로드’에서는 낯선 공간을 방황하는 이방인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하며 단독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었다.
‘어브로드’는 초반부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태민의 여정을 통해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민다. 민지의 실종을 시작으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태민을 대하는 이들의 눈빛과 태도는 어딘가 기이하다. 그리고 타국의 낯선 공간은 그 생소함만으로도 불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태민이 낯선 도시를 방황하는 과정 속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단서가 등장하고, 이들은 영화 후반부에 하나로 모여 충격적인 반전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끝날 때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과 인물,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까지 모호해지는 전개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정교하게 직조된 서스펜스 덕분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영화다.
지난 11일 개봉한 ‘어브로드’는 네이버 평점 9.53을 기록 중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어 계속 몰입하게 되는 영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영화”,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 “인간 내면의 심리를 잘 묘사한 작품”, “끝까지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 “타국에서 느끼는 불신, 두려움, 불안, 미움, 애착 등 내면의 감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몽환적이고 몰입하게 되는 스릴러”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호러 영화도 극장에 하나씩 얼굴을 내밀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자극적인 이미지나 점프 스퀘어 등의 요소 때문에 영화 선택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관객에게는 심리적인 공포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어브로드’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고립된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한 영화 ‘어브로드’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어브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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