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전우용 기자]
《동의보감》은 대변의 색깔을 포함하여 몸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삼았습니다. 현대 의학의 관점과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한의학적 관점에서 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보는 대변 색깔과 의미
《동의보감》에서는 대변의 색깔을 단순히 증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오행(五行) 이론과 연결하여 몸의 기운과 장부의 상태를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했습니다.
황색 변 (黃色便)
- 의미: 일반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나타내는 색입니다. 황금색이나 황갈색 변은 비위(脾胃, 소화기 계통)의 기능이 원활하고 담즙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이상 증상: 《동의보감》에서는 이질(설사병의 일종)이 황색을 띠는 것은 비열(脾熱), 즉 비위에 열이 있다는 증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장염 등으로 인한 염증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붉은색 변 (赤色便 / 紅色便)
- 의미: 피가 섞인 혈변을 의미하며, 매우 심각한 건강의 적신호로 보았습니다.
- 의심 질환: 주로 **열증(熱症)**으로 인한 것으로, 심화(心火)의 색으로도 보았습니다. 적색을 띠는 것은 열이 심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항문 출혈(치질, 치열 등), 대장염, 대장암 등 하부 위장관 출혈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 변 (黑色便)
- 의미: 상부 위장관 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색입니다. 혈액이 위산을 만나 산화되면서 검게 변한 것입니다.
- 의심 질환: 《동의보감》에서는 검은색 변이 화열(火熱)이 심해져 도리어 수(水)로 변화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는 심한 열독이 몸 안에서 발생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암 등 상부 위장관 출혈을 의심합니다.
녹색 변 (靑色便)
- 의미: 주로 소아의 질병에서 언급되었으며, 특히 소아의 급경풍(急驚風, 소아 경기)에 설사가 푸른 것은 열로 인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의심 질환: 이는 몸 안에 열이 많거나, 간의 기운이 울체되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음식이 장을 빠르게 통과하여 담즙이 충분히 변하지 못했거나, 특정 음식물(녹색 채소) 섭취, 장염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흰색/회색 변 (白色便 / 灰色便)
- 의미: 담즙 배출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사합니다.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어 지방 소화를 돕고 변의 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의심 질환: 《동의보감》에 직접적으로 명시된 내용은 제한적이지만, 담즙 관련 질환은 예로부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담도 폐쇄증, 담석증, 췌장염 등으로 인해 담즙이 장으로 제대로 분비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오색변 (五色痢)
- 의미: 《동의보감》의 이질(痢疾) 부분에서 '오색리(五色痢)'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는 다섯 가지 색깔의 변을 보는 것으로, 식적(食積, 소화 불량)이나 풍한서습(風寒暑濕)의 사기(邪氣)로 생긴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외부 환경의 나쁜 기운이나 음식 섭취 문제로 인해 장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 의심 질환: 이는 매우 심각한 장 질환으로, 염증, 농, 혈액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나오면서 다양한 색깔을 띠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과의 비교
《동의보감》에서 대변 색깔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관점은 현대 의학의 접근 방식과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특히 혈변, 흑변, 흰색/회색 변에 대한 해석은 매우 일치합니다. 이는 과거에도 대변의 육안적 관찰이 중요한 진단 방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동의보감》은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세균,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학적 원인 대신 '열(熱)', '습(濕)', '풍(風)'과 같은 인체의 불균형 상태나 외부 사기(邪氣)의 침입을 병의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동의보감은 대변의 색깔을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닌, 몸속 장부의 건강 상태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반영하는 중요한 진단 지표로 삼았습니다. 현재에도 대변 색깔은 건강 이상을 파악하는 데 유효한 정보이므로, 평소와 다른 색깔의 대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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