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 원정 3연전 3차전을 앞두고 주전 포수 유강남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사유는 컨디션 난조다. 부상은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수비나 블로킹이 조금 무뎌졌다. 2군에서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6일 1차전 1회 말 수비에서 선발 투수 나균안이 김동혁·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자, 유강남의 공 배합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제스처를 한 바 있다. 7일 2차전 4회 말 1사 1·3루 위기에서도 유강남 대신 손성빈을 투입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유강남이) 공 배합 지적을 나한테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 부문은 벤치에서 사인을 내면 되는 일이다. 2차전에서 유강남을 바꾼 건 도루 저지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은 유강남의 투수 리드 방향성과 수비 기본기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주전 외야수 황성빈·윤동희, 1루수 나승엽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100%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율 0.289, 장타율 0.444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준 유강남을 전력에서 제외했다. 김태형 감독은 공격력이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할 수 있는 게 낫다고 본 것 같다.
이럴 때 롯데가 2023시즌을 앞두고 외부 FA 계약으로 영입한 '고액 연봉자' 유강남(4년·80억원) 한현희(3+1년·40억원) 노진혁(4년·50억원)이 모두 사라졌다. 계약 당시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가 은퇴한 상황에서 팀 재건이 절실하다고 봤고, 이들에게 시장 평가보다 높은 몸값을 안겼다.
170억원이나 투자한 롯데의 모험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나마 유강남은 5월까지 팀 안방을 지켰지만, 투수 한현희는 1군 무대에서 세 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고, 내야수 노진혁은 아예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도 유강남은 7월 중순 무릎 부상으로 조기 시즌아웃됐고, 노진혁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1·2군을 오갔다. 계약 세 번째 시즌이지만, 세 선수는 아직 한 번도 연봉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1993년생 한현희, 1992년생 유강남은 30대 초반이다. 야구 할 날이 많이 남았다. 소속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시장 평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름값, 몸값을 의식해 선수를 기용하는 지도자는 아니다. 이들이 다시 1군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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