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루라이드 1000km 주행 모델 출시하나?…EREV 만지작

기아가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3열 SUV 텔루라이드에 EREV(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순수 전기차(EV)에 대한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면서 전동화 수요에 대응하려는 기아의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EREV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와 구조적 차별성이 있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엔진이 주 동력원이며 배터리는 보조 역할에 그치지만, EREV는 대용량 배터리로 차량을 구동하고 내연기관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로만 작동한다. 이로 인해 친환경성을 유지하면서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현재 순수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500km 수준인 데 비해, EREV는 1,000km 이상까지 확장 가능해 북미처럼 장거리 운행이 많고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시장에서 특히 매력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EREV 기술을 싼타페와 제네시스 GV70에 적용하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이보다 더 큰 차급으로, 준대형 SUV의 전동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에도 진일보한 TMED2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 전반의 대형 SUV 전동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앞선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REV의 양산이 2026년 말부터 북미와 중국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시장은 대형 SUV 수요가 높고,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 전동화 압력이 높은 지역이다.

▲ 기아 텔루라이드 X프로 추정 차량 <출처=힐러TV>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에서 2025년 1분기 29,843대가 팔리며, 쉐보레 타호를 제치고 인기를 입증했다. 이 차량이 EREV 모델로 재탄생한다면 토요타 그랜드 하이랜더, GMC 유콘, 쉐보레 서버번 등 가솔린 기반 모델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서 친환경 대표 주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REV 생산은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 전용 전기차 공장인 HMGMA(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가 유력하다. 당초 순수 전기차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수요 증가에 따라 EREV 및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생산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현대차의 ‘TE 프로젝트’, 기아의 ‘TV 프로젝트’ 등 신규 모델에도 EREV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며, 본격적인 출시는 2028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 기아 차세대 텔루라이드 <출처=코리안카블로그>

EREV 시장은 기아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진입하고 있는 차세대 전동화 경쟁 무대이다. 스텔란티스는 최대 1,100km 주행거리를 목표로 픽업트럭 램1500 EREV 버전을 개발 중이며, 포드는 대형 SUV 및 트럭 라인업에서 순수 전기차보다 EREV를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마쓰다는 유럽에서 콤팩트 SUV MX-30의 EREV 버전을 출시했고, 폭스바겐도 2026년 EREV 시장 진출 계획을 CEO가 공식 발표했다.

중국도 EREV 시장 팽창은 마찬가지다. 리오토의 L7 SUV는 지난해 13만 4000대 이상 팔렸고, 리프모터, 창안, 체리, 둥펑, 샤오펑 등도 최대 1,200km 주행거리의 EREV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