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부채 137조 '비금융 공기업 1위'…3기 신도시 사업에 부채 더 는다

LH 본사 사옥 [사진=LH]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2025년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37조 원에 육박하면서 중앙 비금융 공기업 중 부채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 수행에 따른 구조적 부담이 계속되며 향후에도 부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LH의 부채는 총 136조9,975억원으로 107개 중앙 비금융 공기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023년)보다 7조3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118조6,569억원), 한국가스공사(46조2,942억원), 한국도로공사(37조3,819억원), 국가철도공단(20조9,86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LH와 한전은 '지속적인 정책사업 수행'과 '대규모 적자 누적'이라는 서로 다른 원인으로 부채 급증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LH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비금융 공기업 중 부채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2019년 111조1,569억원이었던 부채는 매년 증가해 2024년 말에는 137조 원에 근접했다. 5년간 증가폭은 25조8000억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부채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3기 신도시,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 도시재생 등 공공성 중심의 대규모 사업 수행을 꼽았다. 사업 초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선투입되고, 수익 회수는 장기화되기 때문에 LH의 재무건전성은 매년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부채 총액 기준으로는 LH가 1위지만, 2019년 대비 부채 증가폭 기준으로는 한전이 1위다. 한전은 2019년 56조 원 수준이던 부채가 2024년 말 118조 원을 넘어서며 5년간 약 62조 원이 증가했다. 에너지 요금 동결과 연료비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이어 한국가스공사(16조 원 증가), LH(25.8조 원 증가), 한국도로공사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LH와 한국전력 등 35개 공공기관에 대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도록 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총부채는 2024년 701.9조 원에서 2028년 795.1조 원으로 약 93조 원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LH를 한전, 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사업 수익성 악화 징후 기관'으로 지정하고 재무지표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수행기관에 수익성까지 동시에 요구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LH의 부채가 단순한 경영 실패 문제가 아닌 국가 정책 비용의 편향된 부담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주거복지를 위해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그 부담을 LH에 집중시키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며 "지방정부, 민간 등과의 비용 분담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과 재무건전성 간 균형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LH의 사례는 공공정책과 재정 관리의 접점을 다시 설계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