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렸던 홍콩 영화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극장의 잇따른 폐업과 흥행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다섯 개의 영화관이 문을 닫으며 홍콩 내 전체 영화관 수는 51개로 줄었다.
영화관 체인 자허는 6월 4일, 구룡만 쇼핑몰 메가박스에 위치한 영화관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어 오는 6월 8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자허 측은 폐업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특별 할인 행사와 ‘클래식 블라인드 박스’ 상영 등 기념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번 폐업은 단일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9개, 올해는 지금까지 5개의 영화관이 폐업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56년 역사를 지닌 침사추이 해운 극장이 마지막 영업을 마쳤고, 수많은 시민들이 극장을 찾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홍콩 입법회 문화계 의원 호치강은 “상황이 심각하다”며 “일부 폐업 극장이 이전되거나 인수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하향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홍콩 박스오피스 수입의 70~80%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미국 영화 산업의 침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높은 임대료와 간식 판매 중심의 수익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호 의원은 시민들의 구매력 하락이 영화관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정부가 라이브 공연이나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 상영을 허용하여 영화관의 생존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콩 영화노동자총회 대변인 톈치원은 이번 자허 메가박스 폐업이 “상업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전체 업계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점은 인정했다. 그는 “도미노식 폐업”이 이미 시작되었고, 단기간 내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역량 있는 운영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일부 폐업 극장이 인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홍콩중문대학의 채사행 강사는 “팬데믹 시기에는 지역색이 강한 영화가 시민들과 공명하며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었지만, 팬데믹 이후 그 흐름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화관이 상호작용 프로그램이나 강연, 창작자와의 소통 공간 등으로 상영 공간을 다양화해 관객 유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3년 홍콩의 영화 박스오피스 총수입은 13억 4천만 홍콩달러로, 2011년 수준으로 후퇴하며 최근 13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 지옥’, ‘구룡성채의 포위전’ 등 일부 홍콩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작년 개봉한 홍콩 영화는 30편 정도에 그쳤고, 올해는 10편도 되지 않는 수준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홍콩 영화 산업이 회복의 기로에 선 지금, 극장 업계와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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