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갤러리 바지우(Galerie Vazieux)는 주홍콩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고암 이응노(1904~1989) 탄생 120주년과 박인경(192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이응노와 박인경: 예술적 삶의 동행’을 이달 5일부터 8월 2일까지 주홍콩한국문화원 6·7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트바젤 홍콩 2025 연계 전시로, 아트바젤에 출품된 주요 작품은 물론 이응노의 1960~80년대 대표작 30여 점과 박인경의 최근 수묵 추상 회화 20여 점을 함께 소개한다. 문자와 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서양의 미학을 융합해온 두 작가의 예술 여정을 조망하는 자리다.
이응노와 박인경은 1949년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958년 독일에서 부부전을 열고 1959년 프랑스에 정착해 평생을 예술과 함께했다. 동양화의 전통 위에 서구 현대미술의 표현 기법을 접목하며 각자의 한국적 추상 회화를 발전시킨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 속에서도 유사한 미적 감수성과 철학을 공유해왔다.
전시에 출품된 이응노의 문자 추상은 문자의 의미를 넘어서 조형적 구성과 화면의 리듬을 강조한 실험적 회화로, 동양화의 현대적 지평을 넓힌 대표적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박인경 역시 문자와 기호, 일상의 관찰을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자연 사생을 바탕으로 한 대형 수묵 추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인경은 긴 시간 여성 작가로서의 시대적 제약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으며, 이응노의 작고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재개해 현재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로 백수(白壽)를 맞이한 그는 여전히 자연을 관찰하며, 고요한 필치로 깊은 내면과 우주의 질서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보영 큐레이터는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했지만, 같은 시대를 통과하며 삶과 예술을 함께했던 진정한 동반자였다”며 “이번 전시는 그들의 예술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고 함께 진화했는지를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응노와 박인경의 예술 세계는 한국과 프랑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심화되어왔다. 이번 홍콩 전시는 이들이 일생에 걸쳐 추구해온 예술적 지향을 동시대 관객과 공유하고, 동서양이 공존하는 도시 홍콩에서 새로운 예술적 울림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개막식은 6월 5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열리며,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관람은 주홍콩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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