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김선영, 박형진, 정은별 세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돌, 빛, 벽’이 오는 6월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예술공간 [:틈]에서 열린다.
동양화 기반의 조형 탐색을 공유하는 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과 감각, 그리고 시간의 미시적 결을 평면과 설치 작업으로 풀어내며, 감각 너머의 ‘시간’에 대한 사유를 제안한다.
전시 제목 ‘돌, 빛, 벽’은 세 작가의 작업 세계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시간성과 물질성의 메타포에서 비롯됐다. ‘돌’은 쌓이고 침잠하는 물질의 시간, ‘빛’은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감각의 흐름, ‘벽’은 경계와 접촉의 층위를 상징한다. 이 세 요소는 각 작가의 작업에서 서로를 비추며 마치 중첩된 시간의 층처럼 화면과 공간 위에 드러난다.
핵심 모티프는 이탈리아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인용된 문장 “미시 세계로 들어갈수록, 시간은 더 이상 직선이 아니다”이다. 세 작가는 이 문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 회화와 설치를 통해 시간의 파편들, 어긋난 리듬, 기억의 감각을 시각 언어로 직조해낸다.
김선영은 중첩되는 붓질과 반복되는 표면의 구성으로 지층처럼 쌓이는 시간의 밀도를 표현하며, 박형진은 빛의 반사와 질료적 변형을 통해 감각의 미세한 진동을 시공간 속에 가둔다. 정은별은 전통적 회화 문법에 기반한 여백과 파열의 공존을 통해 경계 위의 사유를 형상화한다.
이들의 작업은 하나의 내러티브로 통합되기보다는 서로 어긋난 감각적 층위가 ‘틈’이라는 전시 공간 안에서 조용한 공명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시간과 감각의 경계에서 미끄러지고 중첩되며, 마침내 ‘정지된 현재’라는 공간 위에 고요히 안착한다.
‘돌, 빛, 벽’은 단순한 개별 작품의 나열이 아닌, 서로 다른 조형 언어와 감각의 리듬이 어떻게 동시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시도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내면의 감각에 귀 기울이는 사유의 공간으로 초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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