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커러에게 첫눈에 반했다.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다." 이건 이성애적 대상을 향한 고백이 아니다. 1997년, 홍콩이 반환되는 해의 어느 날. 더 자세히는, 주인공 탄커이가 난생처음으로 실연 당한 열두 살의 어느 날, ‘동생’ 탄커러의 탄생을 마주하며 외친 고백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나이 차를 둔 두 사람의 성장의 시간과,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굴곡을 지나며 다채롭게 또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해나간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와 속을 알 수 없는 아빠와의 관계. 대학생이 된 탄커이의 방황을 비롯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개인사와 사회상이 포개지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삼십대 직장인이 된 누나가 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에 동생을 찾으러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동생’이란 자리에 수많은 얼굴을 넣어보게 된다. 영화 ‘첨밀밀’의 기획자 중 한 명이자, 1980년대 홍콩 영화 부흥기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작가의 소설인 만큼 이야기는 섬세한 문장과 함께 그림처럼 마음에 펼쳐진다. 작가가 2014년 ‘우산 혁명 우울증’이라 불리는 시기를 지나며 쓴 소설로, 그는 이 ‘동생’의 얼굴을 그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홍콩을 향한 제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 동생
찬와이 지음 | 문현선 옮김 | 민음사 펴냄 | 17,000원 |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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