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나는 『죄와 벌』을 읽으면서 가난의 책임이 가난한 사람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사실 ‘생각’이라기보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사회제도와 빈곤의 상호관계 또는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인지한 것이 아니었기에 ‘느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 느낌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불러왔다. ‘만약 개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어떤 사회적 악덕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사회악은 도대체 왜 생겨났는가? 사회악을 완화하거나 종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_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대량 학살을 저질렀던 수많은 부하들이 전당포 노파 자매를 죽인 것 때문에 라스꼴리니꼬프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죄악을 저지름으로써 어떤 선한 목적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_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20세기 세계사는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수없이 많은 소냐와 두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든 것이다. _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관료화한 정당과 정부 안에서 국회의원·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비판적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_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권력을 쥔 적대 세력에게 공산당 같다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 이 대목에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 1848년 유럽이 아니라 1978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_0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맬서스의 인구법칙을 이렇게 바꾸어보자.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며 1인당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지구 행성의 온실가스 처리 능력과 생태계 재생 능력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_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푸시킨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세 사람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여생을 누렸다. 나탈리아는 돈 많은 장군과 재혼해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았다. 단테스는 파리로 돌아가 정치가로 출세했다. 차르 니콜라이 1세는 31년 동안 군림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세월이 하사하는 망각의 축복을 얻지 못했다. 반면 민중의 사랑을 받았던 푸시킨의 시는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푸시킨의 시가 잊히지 않는 한 오욕으로 얼룩진 그들의 이름 또한 잊히지 않을 것이다. _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유홍준 선생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조선 문인 유한준의 말을 인용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랑하라고 권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맹자』를 읽으면서 나는 그 말을 바꾸어보았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_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시대가 바뀌고 도전의 성격이 달라지면 응전에 성공하는 주체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시기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도 옛날 방식으로 응전함으로써 실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새 시대는 새 사람을 부른다. 구시대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새 시대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태되고 만다. 『사기』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역할의 전도’ 현상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인물이 한신이다. _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청춘의 독서(특별증보판)』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356쪽 | 18,900원
[정리=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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