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6월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간절함이 부족한 선수들’에 대한 일침을 날렸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과 더불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 10차전에 소집될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6월 6일(한국시간) 오전 3시 15분 이라크 원정, 6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홈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6월 2일 오전에 인천국제공항에 소집해 곧바로 출국한다. 이라크전을 치르고 6월 6일 저녁에 귀국할 예정이다.
8차전까지 진행된 가운데 한국은 조 선두에 올라 있지만 아직 본선행을 확정하진 못했다. 3차 예선은 각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고 3, 4위는 4차 예선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한 ‘패자부활전’을 갖는다. 현재 한국이 승점 16점으로 조 1위, 요르단(13)이 조 2위, 이라크(12)가 조 3위다.
한국은 두 경기에서 승점 1점이라도 따내면 본선행 확정이다. 즉 9차전 이라크전에서 무승부나 승리를 거두는 순간 본선행을 조기 확정하고 10차전을 여유 있게 치를 수 있다. 반면 이라크전에서 패배할 경우 현실적인 탈락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이 2전 전패하고 10차전에서 요르단 대 이라크 결과가 무승부 또는 이라크 승리일 경우 골득실까지 따져 한국이 3위로 밀릴 수 있다.
홍 감독은 이번에 26명을 선발하면서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김진규와 박진섭 등 중원을 보강했다. K리그1 득점 선두 전진우를 발탁해 2선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선수 중에는 김민재가 부상 여파로 빠진 것이 눈에 띈다. 대신 이한범이 발탁돼 A매치 데뷔를 노린다.
홍 감독은 명단 발표 와중 “대표 선수들이 재능은 좋은데, 그 중에는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익명의 대표급 선수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이하 기자회견 전문.
- 선발 배경
이라크전은 가장 중요하다. 더운 날씨, 체력적 부담, 준비 기간, 모든 것을 감안해서 선수선발을 했다. 코칭스태프는 포지션별로 경기력과 폼을 우선순위에 놓고 선발했다. 아시다시피 이 시기는 유럽에 있던 선수들이 리그가 끝나고 휴식에 들어가기도 해서 선수 선발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배준호, 엄지성, 양민혁은 지난 5월 3일 경기를 끝으로 한 달 동안 전혀 경기를 할 수 없었다. 그 선수들의 경기력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한국축구의 미래자원이라 꾸준하게 선발했지만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선발하지 못했다. 반면 이번에 처음 뽑힌 전진우, 리그에서 좋은 폼을 유지하는 김진규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볼 때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게 맞아 그들을 선발했다.
김민재는 발탁되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지켜봤는데 이번 경기 역시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선발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대표팀에 책임감, 사명을 가진 선수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어 이번 선발에서는 제외했다.
- 밀집수비에 많이 고전한 바 있는데, 이번엔 전술 패턴 등의 변화가 있을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밀집수비를 깨뜨리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지난 소집 때 부족한 점을 느꼈고 보완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양상의 경기가 펼쳐질지는 이라크전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동안 해온 모델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과 훈련장에서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아서 영상을 준비해 선수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딛고 일어서야 하는 부분이다.
- 손흥민이 리그 경기에서 결장했다. 컨디션과 체력을 고려했다고 했는데 손흥민은 경기 외적인 이슈까지도 있다
경기 외적인 건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유로파리그 우승 경기 끝나고 손흥민 선수와 소통했는데 경기 뛰는 것에 큰 문제 없다고 전달받아서 소집했다.
- 소속팀에서 많이 못 뛴 이강인, 황희찬과 커뮤니케이션은
선수의 출전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이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전체적인 상황을 놓고 조합해서 판단했다. 예를 들어 수학적으로 몇 시간 뛰면 선발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분명하겠지만, 이 선수들은 어려운 원정 경기고 중요한 시기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진우가 발탁됐는데,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전진우는 K리그에서 득점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득점 외에 플레이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사이드쪽에 벌려 있으면서 공을 잡으면 일대일을 했는데, 요즘엔 포켓 안에서 하는 플레이도 굉장히 잘 한다. 지지난 경기 두 골을 넣었을 때도 포켓 안에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 포지션에서의 플레이는 우리 대표팀과 흡사하기 때문에 잘 하 거라고 본다. 자신감이 있다는 것도 팀에 활기를 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스트라이커가 보통 3명이었는데 이번에는 2명이다. 주민규가 빠졌다
주민규가 좋지 않아서 뺀 건 아니다. 득점을 계속 하고 있다. 이번 경기가 원정이고 상대 약점을 볼 때 기존의 오현규 오세훈뿐 아니라 손흥민 황희찬도 설 수 있어서 주민규는 선발하지 않았다.
- 손흥민의 발 상태에 대해 소통한 바가 있다면?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한 소감은?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그 긴 시간 동안 개인 성적은 최고였음에도 팀에서 큰 대회 우승을 이제야 했다. 주장으로서 우승한 건 우리로서도 기쁘고 자랑스런 일이다. 선수가 긴 시간 시즌 치르면서 가장 크게 보상받는 건 역시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이룬 건 손흥민과 토트넘에 축하의 말을 전한다. 대표팀에도 이어졌으면 한다.
발 부상에 대해서는 물론 지난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그 전 경기 결승전은 20분 남짓 출장했다. 코치와 커뮤니케이션 결과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경기 상황과 컨디션을 고려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
- 본선행이 유력하고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떤 스케줄이 있나
제 머리속에는 충분히 계획이 잡혀 있지만, 아직 결정난 것도 아니고 이번 경기 역시 중요하다. 명확하게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동기부여가 있다. 목표를 이룬 다음에 말씀드려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 승점 1점만 따면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고 주요 선수가 일부 빠지기도 했다. 분위기가 느슨해지진 않을까
그 부분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유럽파들이 빠지고 K리그가 들어간 건 힘을 뺀 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까 거론된 선수들이 K리거보다 더 낫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 달 쉰 선수가 중요한 경기 나가는 건 쉽지 않다. 지난해 6월에도 이런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꼼꼼히 살펴서 이번엔 힘들다는 생각에 배제했다. 더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미래의 한국팀에도 있어서, 요즘 선수들은 능력과 재능이 좋고 유럽에 스카우트도 될 정도로 축구적으로 좋은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제 입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그것을 우선순위에 놓았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능에만 집중해서 팀 스포츠에 중요한 걸 덮어버리면 한국이 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응집력이 없고 서로 신뢰하지 않는 팀이 될 수 있다. 지금 있는 우리 선수들이 좀 더 대한민국을 위해, 사명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애국심을 주장하고 싶진 않다. 다만 대표 선수로 뽑힌다고 했을 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선수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대표팀에 대해 어떤 선수는 간절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해서 지금의 재능을 더 팀 스포츠에 엮어서 정말 강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 최고 클럽에도 여러 선수가 있지만 강한 팀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게 내 숙제다. 더 강한 팀을 만들어야 대표팀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부임한 뒤 1년여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다.
- 3선에 변화가 있는데
계속 황인범 박용우 조합으로 경기를 치러 왔다. 이 선수들의 옐로카드가 있다. 다음 경기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 물론 원두재, 박진섭의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상황에 따라 어떤 카드를 쓸 지 경기 상황을 볼 것이다. 황인범의 역할을 해줄 선수도 계속 찾는데 그나마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김진규다. 예전부터 지켜봐 온 선수인데 어느 시점에는 정체돼 있었지만 요즘 팀에서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 포지션은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항상 경쟁의 공간이다. 이 두 변의 경기에 있어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좋은 폼을 기준으로 뽑았지만 다음에는 다른 기준으로 뽑을 수도 있다. 3선은 더 경쟁력이 필요하다.
- 대표팀 완성도 측면을 질문한다. 본선에서 완성된 팀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 얼마나 완성됐나
아직 100%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 3월 경기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쉽지만 조금씩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월드컵에서 어떤 축구를 할 건지 지금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머릿속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스케줄이나 방법은 있지만 아직 그걸 찾기에는 좀 부족하다. 매일 발전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코칭 스태프는 나름대로 발전을 위해 매일 연구해야 하고, 선수들은 누가 월드컵에 나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대표팀 후보군에 있는 선수들은 꾸준히 경기력을 발휘하고 뽑히고 싶은 마음이 넘치고, 뽑아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 여행금지국가 이라크 원정이라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6월이면 날씨도 덥다
이라크는 홈에서 굉장히 강한 팀이다. 우리는 원정에서 패배가 없다. 어려운 경기들을 했지만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도 된다 생각한다. 이번 원정에 협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는 건 감사한다. 더울 거라고 예상한다. 체력, 교체 타이밍을 잘 해야 한다. 경기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전체적으로 다 이야기할 시간이 많진 않으나 시간을 잘 활용할 것이다. 이라크는 감독이 바뀌었고 선수들도 누가 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다. 잘 준비해서 이번 원정에 대비하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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