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하 사차르는 더위라면 충분히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인생의 절반을 델리에서 보냈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 날씨는 그가 어렸을 때보다 훨씬 더 더워진 듯하다.
사차르는 고향에서는 어떤 달에는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보다 효과적인 냉방을 위한 자선 단체 '클린 쿨링 콜라보레이티브'에서 일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사차르는 "기온 상승이 사람들의 생계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 냉방 기술이 시도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안 냉방에는 건물 설계에 공기의 흐름을 고려하는 식으로 기술 집적도가 그다지 크지 않은 방법도 포함된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잘 설계된 냉방 공간에서 더위와 습기를 피하면서 20분만 휴식을 취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기온이 점점 더 상승하고 기상 현상의 예측 불가능성이 점점 더 키지고 있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냉방 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현재 연 235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냉방 시장이 2030년에 이르면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존 냉방 장치는 심각한 단점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열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액체에서 기체로 왔다 갔다 하는 유체, 바로 냉매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냉매는 외부로 유출되어 장치의 효율성은 물론, 잠재적으로 건강에도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냉방에 흔히 사용되는 냉매는 수소불화탄소(HFC)다. HFC는 온난화 효과가 큰 합성 기체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훨씬 더 크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은 보다 기후 친화적인 냉매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재적 온난화 효과가 낮은 냉매 후보들에도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프로판은 가연성이 매우 높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다. 이산화탄소는 고압에서 기능하기 때문에,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오늘날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HFC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때문에 대안 냉매를 찾는 것은 앞으로도 중요한 일로 남을 것이다.
사차르는 가정용 냉방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에어컨은 적어도 향후 10년 정도는 계속 해결책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냉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는 장기적으로 액체 냉매가 전혀 필요 없는 냉각 장치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
에너지 비영리 단체인 'RMI'에서 건물 및 토지 사용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린제이 라스무센은 이를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핵심은 고체 상태 냉방이다. 이 방식은 온도 변화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힘과 고체 물질을 사용한다. 추가적인 힘으로는 압력, 전압, 자기력 또는 기계적 응력 등이 있다.
라스무센은 고체 상태 냉방 장치가 "오염을 많이 유발하는 냉매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향상된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RMI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 분야 연구 성과는 초기 수준이다. 그럼에도 고체 상태 냉방 장치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은 10~20개로 확인되었다.
그 중 한 곳이 자석을 사용하는 독일 기업 '마그노썸'이다. 자기장에 노출되면 온도가 변하는 물질이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티무르 시르만 마그노썸 CEO는 "우리 제품은 독성이 없고 금속이며 매우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자기 열 냉방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지금까지 마그노썸은 약 40대의 음료 냉각기와 약 5대의 냉장고를 수작업 및 사내 공정을 통해 제작했다.
시르만은 이 기술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영구 자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구 자석은 고장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부품을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회사는 냉방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기장을 대체할 대안을 찾는가 하면, 소재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르만은 냉매의 효율성 및 누출 같은 문제를 고려하면 마그노썸의 제품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초기 비용만 고려하는 고객을 시장에서의 목표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현재 이 회사의 음료 냉각기가 비싸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사 고객들은 새로운 가격이 비싸도 기술을 수용하는 '얼리 어답터'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대안 냉방 업계가 개발 중인 또 다른 기술은 열전 냉방이다.
열전 냉방을 개발중인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으로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태국에 추가 제조 시설을 갖춘 '포노닉'이 있다.
현재 포노닉의 냉방 장치 수백만 대는 데이터 센터, 슈퍼마켓, 다른 건물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냉방 기기는 컴퓨터 칩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또한 열을 전달할 때 반도체와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
토니 아티 포노닉 CEO는 "우리 회사의 칩은 얇고 작지만 특정한 조건에서 아주 차가워진다"며 "그렇게 소량의 전력으로 차가워지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냉장고의 경우,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항상 작동 상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열전 냉방 장치는 켜고 끄는 것이 쉽다. 이 특징은 비용, 에너지 사용, 공간 필요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티는 "저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곳에 온디맨드 방식으로 냉방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전 냉각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조용하다는 점이다. 라스무센은 "움직이는 부품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열은 물질 수준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반면 표준 증기 압축 시스템에는 펌프, 응축기, 냉매용 팽창기가 포함되어 있어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고체 상태 냉방의 또 다른 유형은 탄성 열 냉방이다. 이는 탄성 열 물질에 기계적 응력을 가하여 온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보통 응력이 가해지면 냉각되거나 열이 오를 수 있다.
유럽 4개국의 연구원들은 특정한 금속 합금으로 만든 금속 튜브를 사용하는 탄성 열 에어컨인 SMA쿨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탄성 열 냉방 프로토타입의 냉각 효율은 상업용 에어컨보다 훨씬 낮았다. SMA쿨의 최대 효율은 기존 상용화된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을 능가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에어컨보다 그 효율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진전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의 한 연구팀은 최근 1284W의 냉각 성능을 달성한 에어컨 대체품을 개발했다. 탄성 열 냉방 장비가 1000W를 돌파한 최초의 사례다. 증류수가 아닌 그래핀 나노 유체를 사용하여 열을 전달한 것도 이번 기술이 만들어 낸 혁신 중 하나다.
라스무센은 전반적으로 고체 상태 장치는 아직 기존의 증기 압축식 에어컨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체 상태 장치의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경제성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체 상태 냉방은 주로 부유한 국가에서 시도되고 있었다.
라스무센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하고 냉방 수요가 가장 많은 곳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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