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루크레티아(Lucretia)의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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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루크레티아(Lucretia)의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①

문화매거진 2025-05-19 12:15:53 신고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나는 꽃뱀이 아닙니다. 먼저 유혹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성폭력 피해자일 뿐입니다.”

2018년 한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미투는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광장에 모여 시위하였다. 미투 한 피해자들에게 꽃뱀, 창녀라는 손가락질이 있었고, 이는 피해자들을 향한 명백한 2차 피해였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 것인가? 엉엉 울고, 무력감, 우울감에 빠져있으며,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어야 하는가? 누가 그런 것을 정한 것인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여기 자신이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 여성이 있다. 바로 기원전 510년 로마의 ‘루크레티아(Lucretia)’.

이 여성에 관한 명백한 역사적 문헌은 존재하지 않지만, 많은 로마의 역사가들이 그녀에 대해 연구하고 언급하였으며, 수많은 문학작품과 예술 작품들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녀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중 학자들의 공통적인 내용을 위주로 서술하겠다.

그녀는 귀족으로, 타르퀴니우스 콜라티누스(Tarquinius Collatinus)의 아내였다. 당시 둘의 결혼은 이상적인 결합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그때의 기준에 맞는 태도로 주변인들의 신망을 얻었고 또 서로에게 충실하게 헌신했기 때문이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Livy 기원전 59년~서기 17년)에 의하면, 루크레티아는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본보기이자 로마의 기준이었으며 로마에서 이상적인 여성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정숙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이 전투에 나가 있는 동안 남편의 무사 귀환을 위하여 늘 기도하였다. 

전투에 나가 있는 그녀의 남편 콜라티누스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아내가 품행이 매우 올바르다고 자랑하였다. 그러자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던 남성들은 서로 자신의 아내가 가장 도덕적이고 지적이며 가장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말다툼하게 되었고 누구의 아내가 더 뛰어나고 도덕적, 지적인지에 대하여 내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휴가중 자신들의 아내를 관찰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각자의 집으로 몰래 갔다. 그런데 다른 아내들은 유흥에 빠져있던 반면, 루크레티아는 하녀들과 함께 베를 짜고 있었다고 한다. 

▲ Lucrece a l′ouvrage by_Willem de poorter, 1633 /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Willem de poorter(네덜란드, 1608-1668), 램브란트의 제자였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이 그림은 루크레티아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서는 흔하지 않은, 루크레티아가 하녀들과 베를 짜는 모습이다
▲ Lucrece a l′ouvrage by_Willem de poorter, 1633 /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Willem de poorter(네덜란드, 1608-1668), 램브란트의 제자였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이 그림은 루크레티아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서는 흔하지 않은, 루크레티아가 하녀들과 베를 짜는 모습이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본 남편의 동료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Sextus Tarquinius)는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섹스투스의 아버지 루키우스(Tarquinius Superbus)는 루크레티아의 남편 콜라티누스에게 시기심을 느꼈고, 아들 섹스투스에게 심부름을 시켜 루크레티아만 있는 콜라티누스의 자택으로 하도록 하였다. 집주인 루크레티아는 남편의 동료인 그를 극진히 대접하였다.  

밤이 깊어지자, 섹스투스는 그녀가 자는 침실에 몰래 잠입하여, 손님으로서 자신을 극진하게 대접했음에도 그녀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였다. 당연히 그녀는 거절하였다. 거절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섹스투스는 그녀에게 성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남성 노예와 한 침대에 알몸으로 죽이겠다고 하였다. 그녀가 노예와 불륜을 저지르다가 도중에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처형당한 것으로 위장시킴으로써 그녀의 명예를 실추시키겠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충실한 아내였고,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로마 여성들의 본보기였기에, 자신이 그렇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자신뿐 아니라 집안 모두의 수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강간에 응하였다.

▲ Tarquin and Lucretia, Titian, 1571 /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Tiziano Vecellio(이탈리아, 1988/90-1576), 그는 처음부터 화가로서 매우 성공적이었고 많은 후원을 받았으며 많은 그림 의뢰를 받았다. 이 작품은 루크레티아가 강간 당하는 장면이다. 정숙한 여인이었다고 알려져 있고 강간 피해자임에도 루크레티아를 알몸으로 그린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 당시 여성에 대한 시선이나 기대, 그려지는 대상으로서 에로틱함을 추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Tarquin and Lucretia, Titian, 1571 /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Tiziano Vecellio(이탈리아, 1988/90-1576), 그는 처음부터 화가로서 매우 성공적이었고 많은 후원을 받았으며 많은 그림 의뢰를 받았다. 이 작품은 루크레티아가 강간 당하는 장면이다. 정숙한 여인이었다고 알려져 있고 강간 피해자임에도 루크레티아를 알몸으로 그린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 당시 여성에 대한 시선이나 기대, 그려지는 대상으로서 에로틱함을 추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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