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이 오히려 은행의 수익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정부의 간접 개입으로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으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가계부채 안정을 목표로 한 정책이 정작 금융회사에 반사이익을 안기는 구조가 만들었다.
◇예대금리차 ‘최고치’…은행 이익도 급증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025년 3월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p)로, 관련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1.51%p, 하나은행은 1.43%p로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국민(1.49%p), 우리(1.38%p), NH농협(1.55%p) 역시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수익도 급증했다. 5대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33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었다.
금융지주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번 수익 증가는 순이자마진(NIM) 확대의 영향이 컸으며,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수익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제자리’
예대금리차 확대의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대출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확대 대응으로 수익구조를 방어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는 3.50%에서 3.25%로 인하됐지만, 대출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3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10%로 하락했으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40%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예금금리는 내려간 반면, 대출금리는 유지되면서 이자차가 커졌다. 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단기 규제로는 한계”…정밀한 정책 조합 필요
은행권도 이 같은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 조정은 대출 총량을 조절하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정부가 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라고 주문하는 상황에서 쉽게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기적인 금리 통제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금리를 직접 통제하려 하면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며 “정책의 의도와 시장 흐름이 엇갈릴 경우 손해는 금융회사보다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 역시 “단순한 대출 억제로는 실수요자의 피해와 풍선효과만 키운다”면서 “금리 조정이 아닌 부동산 시장 안정, 소득 수준별 대출 차등 적용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만 소외…정책 효과 재점검 시급
시중에서는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순이자마진은 2025년 1분기 2.19%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자 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무너졌다”며 “은행 배만 불리는 결과라면,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대출 총량 억제를 넘어, 실수요자 중심의 선별적 금융지원과 부동산·소득 구조에 맞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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