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기13] 일반인도 '부와 권력 잡을 기회' 주어진 근대를 이해해야

왜 근대를 이해해야 하는가

현재 모든 것의 원점, 근대

서유럽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중세의 생각과 사상의 구축물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근대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갑각류가 성장하기 위해 허물을 벗듯이 생각과 사상의 구축물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과 나라의 발전은 자기성찰을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곳에서 일어났다. 누가 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할 이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그 능력만큼 문명은 발전한다. 동양과 서양 중 누가 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할 이성과 능력을 갖추었을까?

전근대 사회와 근대 사회는 사실상 완전히 다른 행성이다. 근대 사회의 특징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왕과 귀족 중심의 체제에서 점차 부르주아에게 개방되고 일반인에게까지 부와 권력이 점점 확산됐다는 데 있다.

“귀족만의 자유가 점차 일반 대중의 자유로 확대됐고, 높은 생산력 발전의 덕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됐고, 분명 더 많은 지식과 풍부한 문화경험을 하게 됐다.” 

왕과 귀족이 권력을 독점한 중국(청)과 조선은 최고 수준의 농업문명을 이룩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 앞에는 부르주아 계급과 일반 민중에게 정치・경제적 문호를 확대하며 근대 사회로 나아가야 할 과제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중국과 조선은 이 과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수많은 연구결과를 볼 때 조선은 주체적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조선이 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영역에 있다.

왜 근대가 중요한가? 탈근대를 주창한 지도 오래됐다. 그런데 왜 근대를 알아야 하는가? 근대적 가치(이성, 진보, 합리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비판을 던진 탈근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근대는 우리 삶의 기초이며 그 가치와 시스템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근대가 바꿔놓은 삶의 조건들인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자본주의, 가치의 다원주의, 과학정신은 고스란히 남아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근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현재 우리 삶의 기초와 전제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근대는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적, 경제적 변화에 의해 사회 전체와 국가와 주권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변화한 결과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전환기의 도래

지금은 세계적 대전환기다. 우리의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한 미·중 간 패권 경쟁과 국제 질서의 재편성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인공지능 이전에는 어떤 기술이 관심을 받았는지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메타버스에 어느 정도 친숙해지려고 하면 금세 지나간다. 세계 질서, 국제 관계, 기술 차원의 변화 폭과 속도가 너무 크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현재를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명명하면서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어디로 향해 가는지 목적지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이 시대에 맞게 나아갈 길을 찾아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시대는 우리에게 전방위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각자가 개인적으로 신속히 적응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근대 이후 수많은 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새롭게 바뀐 ‘삶의 조건’들이 있는가? 놀랍게도 없다. 다만 이 조건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여 우리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조건들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근대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도전에도 살아남은 ‘낯익은 근원’으로서 근대를 잘 살펴야 한다. 근대는 완벽한 시대는 아니었지만 나름 현대 세계를 형성한 중요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대전환기14] 에서 계속....

삽화=최로엡